중국 최대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가 주목받고 있다.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의 ‘데뷔장’으로 주목받을지, 문제가 있는 기업의 ‘덤핑시장’으로 전락할지 시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中 쉬인 IPO로 시험대 오른 런던거래소
쉬인은 당초 미국 상장 계획을 바꿔 런던증권거래소에도 상장 신청을 했다. 미·중 갈등 여파와 미국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영국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시장에선 쉬인의 기업 가치를 510억파운드(약 660억달러)로 추정한다.

2005년만 해도 전 세계 상장 기업 5곳 중 1곳이 런던거래소에서 상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상장 비중은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영국 금융감독 당국인 금융감독청(FCA)은 기술 스타트업 등의 활발한 유치를 위해 상장 규정을 간소화했다. 창업자에게 더 강력한 의결권을 주는 주식에 대한 유연성을 부여하고, 인수 또는 매각 시 사전 주주 투표 요건도 삭제했다. 상장 자격을 얻기 위해 3년간 재무기록을 제출할 필요도 없다.

이 같은 상장 요건 완화는 그만큼 투자자 위험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쉬인은 오히려 IPO를 위한 강도 높은 조사로 불투명성이 제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중국과의 연관성에 대해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상태다. 쉬인은 2012년 중국에 설립됐지만 2021년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했다. 중국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쉬인은 원자재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당국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쉬인이 런던증시에 상장하면 역외 자산을 상장하려는 중국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마틴 그레이엄 전 런던거래소 그룹 시장 담당 이사는 “광산업체, 담배회사, 은행으로 가득한 런던거래소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패션소매업체 등이 있다면 런던증시로 투자자를 이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