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선 전세자금대출과 정책모기지 상품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부도 DSR 적용 범위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1882조원의 가계부채 가운데 57%인 1076조원이 주택 관련 대출이다. 주택 관련 대출이 곧 가계 빚과 직결된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주된 수단은 DSR이다. DSR은 차주의 연간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40%를 한도로 대출액을 결정하는 규제다. 전체 대출이 1억원을 넘어야 적용된다.

문제는 DSR이 적용되지 않는 대출이 많다는 데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2분기 기준 신규 가계대출 126조원 가운데 DSR 적용 대출은 33조원으로 비중이 27%에 그쳤다.

박춘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전세대출은 ‘갭투자’ 등을 통해 주택 거래를 쉽게 만들기 때문에 주택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긴다”며 “점진적으로 DSR 적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갭투자의 대표적인 방법은 자기 집에 세입자를 들이고 다른 집에 전세로 들어가는 것이다. 자기 집을 구입할 때 받는 주담대에는 DSR이 적용되지만 전세로 들어갈 때 받는 전세대출에는 DSR 제한이 없어 무리하게 대출받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된 정책 모기지에도 DSR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의 디딤돌 대출, 금융위원회의 보금자리론 등 정책 주담대에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만 적용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