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굿바이 캘리포니아, 웰컴 투 텍사스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부유한 주는 잘 아는 대로 캘리포니아다. 2023년 기준 GDP(국내총생산)는 3조9000억달러로, 세계 6위 영국(3조5000억달러)보다도 높다. 2위는 뉴욕주로 생각하기 쉽지만 텍사스다.

미국에서 사투리가 가장 억세고 촌뜨기 카우보이가 연상되는 이곳이 미국 최대 핫플로 부상하고 있다. 텍사스는 천혜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본토에서 최대 면적을 갖고 있으며 미국 석유 매장량의 25%, 천연가스 매장량의 30%가 묻혀 있다.

텍사스의 비상을 읽을 수 있는 핵심 지표는 인구와 기업의 증가다. 2022년 7월~2023년 7월 1년 새 텍사스 인구는 47만여 명이 증가해 미국 내 주별 1위를 기록했다. 기업 역시 2020년부터 2024년 1월까지 미국 전역에서 165개가 텍사스로 본사를 이전했다. 텍사스로 흘러가는 부의 원천은 다름 아닌 캘리포니아다. 캘리포니아의 2022년 순유출 인구 34만 명 중 30%가량인 10만2000명이 텍사스로 이주했다. 최근 4년 새 텍사스로 이전한 기업의 52%도 캘리포니아에서 옮겨간 것이다.

‘굿바이 캘리포니아, 웰컴 투 텍사스’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얽혀 있다. 캘리포니아의 소득세와 법인세가 미국 최고 수준인 반면 텍사스는 주 법인세와 소득세가 없다. 임대료와 기름값도 캘리포니아가 텍사스에 비해 60%가량 비싸다. 치안도 주요인이다. 캘리포니아의 핵심 도시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의 인구 1000명당 범죄율은 48.9건으로 미국 평균(19건)의 두 배를 넘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 X와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본사를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옮기겠다고 했다. 학생이 학교에서 자신을 동성애자 등으로 성 정체성을 밝히는 경우 학교가 학생 동의 없이 가족에게 알릴 수 없도록 한 법안 탓이라고 한다. 캘리포니아에 만연한 이른바 ‘PC(정치적 올바름)주의’에 진저리가 났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수십 년간 장악하면서 이념에 경도된 캘리포니아와 친기업 정책으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내건 텍사스 간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