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佛 동네 책방들은 어떻게 살아남아 가는가 [서평]
<유럽 책방 문화 탐구>는 영국과 프랑스 책방들을 한 달여 간 둘러본 기행문이다.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저자인 한미화 씨다. 그는 출판 평론가다. 1994년부터 31년 동안 출판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유럽 책방을 살펴보는 저자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영국 런던의 세실 코트는 책방 거리다. 1800년대 후반부터 책방과 출판사가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가 단골이던 왓킨스 서점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국 국회의사당과 버킹엄궁이 멀지 않은 시내인데도 작은 서점들이 살아남은 비결 가운데 하나는 건물주의 철학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세실 코트는 세실 가문 소유인데, 개성 있는 상점들이 자리 잡길 바라며 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임대료를 책정했다.
英·佛 동네 책방들은 어떻게 살아남아 가는가 [서평]
돈트북스 같은 사례도 있다. 런던 고급 주거지인 메릴리본에 있다. 임대료도 비싸다. ‘어떻게 해야 독자들이 작은 서점에 올까’ 그런 고민이 담긴 곳이다. 강점은 큐레이션에 있다. 장르가 아닌 대륙별, 나라별로 책을 진열하는데 그 나라를 대표하는 문학 작품, 여행안내서, 그 나라의 역사와 사회, 문화를 잘 보여주는 책들을 엄선했다.

눈에 잘 띄는 매대에 책을 놓는 방식도 다르다. 대형 체인 서점은 그곳을 ‘광고 매대’로 활용한다. 출판사에서 돈을 받고 출판사가 광고하고 싶은 책을 쌓아놓는 식이다. 돈트북스는 광고 매대가 없다. 눈에 잘 띄게 진열한 책은 모두 직원이 직접 읽고 추천하는 책들이다. 설립 5년 만인 1995년 매출 14억원을 올렸고, 2022년엔 130억원을 기록했다.

영국은 도서정가제가 없는 나라다. 1997년 공익에 반한다는 판결 이후 폐지됐다. 작은 서점들도 타격을 받긴 했지만, 오히려 대형 체인 서점이 더 흔들렸다. 사람들이 대형 마트에서 책을 사기 시작한 탓이다.

저자의 전작인 <동네책방 생존 탐구>와 맞닿아 있다. 이 책에서 국내 책방들의 고군분투기를 다뤘던 그는 <유럽 책방 문화 탐구>를 통해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인지 찾아본다. “책방의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 우리 책방의 앞날 역시 우리가, 나를 포함한 독자들이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