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가 ‘전두환·노태우 비자금’과 관련해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시효가 남아 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6공화국의 비자금 실체가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드러날지 주목된다.

강 후보자는 지난 16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12·12 군사반란 쿠데타 성공으로 이뤄진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시효나 관련 법령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시효가 남아 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조명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900억원대 비자금 관련 메모를 언급했다. 노 관장 측은 김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1990년대 초 선경(현 SK) 측에 300억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 돈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했다. 300억원은 1조3800억원에 달하는 재산 분할을 결정하는 핵심 근거가 됐다.

김 여사의 메모가 실제 불법 비자금으로 확인돼도 공소시효를 넘겨 국고 환수는 어렵지만 증여세 과세는 다르다. 징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과제척기간이 남았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에 따라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해당 재산의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과세할 수 있다. 김 여사 메모가 공개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2심 판결일(2024년 5월 30일)을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 보면 징수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강 후보자가 과세 관련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