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는 나이키 안 신어요"…'스포츠 거인' 빈틈 공략해 반등한 아디다스 [글로벌 종목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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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용품 회사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주가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나이키 주가는 올해만 30% 이상 하락했지만, 아디다스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부진을 떨쳐내고 올해부터 주가가 상승 국면에 돌입했다. 스포츠용품 업계 최강자 나이키가 중국 소비 위축, 러닝화 시장 장악력 상실 등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아디다스가 시장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실적 전망치 높인 아디다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독일 스포츠용품회사 아디다스는 31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2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뛰어넘어 연간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58억2000만유로로 시장 예상치(55억8000만유로)를 상회할 전망이다. 분기 영업이익은 3억4600만유로로 전년 동기(1억7600만유로)보다 약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알렸다.

지난해에는 연간 영업손실이라는 암울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회사 측은 내다봤다. 아디다스는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이전 목표인 7억유로에서 10억유로로 올려잡았다.
"MZ는 나이키 안 신어요"…'스포츠 거인' 빈틈 공략해 반등한 아디다스 [글로벌 종목탐구]
지난달 말 2024 회계연도 4분기(2024년 3~5월) 실적을 발표한 나이키와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나이키는 매출이 전년 대비 2% 줄어든 126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인 128억9000만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2025 회계연도 1분기(2024년 6~8월) 매출 증가율 가이던스도 -10%로 제시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수요가 약해졌고 중국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영향이다.

실적은 주가에 반영됐다. 나이키는 올해 들어서 32%가량 떨어지며 70달러 초반대에 머물러있다. 팬데믹 초창기였던 2020년 3월 주가 수준(약 67달러)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반대로 아디다스는 지난해부터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이달 들어서는 52주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주가가 오름세다.
연초 이후 아디다스(청색)와 나이키(녹색) 주가 흐름(사진=야후파이낸스)
연초 이후 아디다스(청색)와 나이키(녹색) 주가 흐름(사진=야후파이낸스)

○나이키의 부진은 기회?

스포츠용품은 경기민감주로 분류된다. 소비자들은 인플레이션 등 경제 상황에 따라 스포츠용품의 지출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물가 상승, 글로벌 물류 대란 등으로 스포츠용품 업계 전반은 어려움을 겪었다. 같은 환경에 놓인 두 회사의 실적이 엇갈린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선호가 바뀐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아디다스는 레트로 트렌드에 힘입어 삼바, 가젤, 스페지알 등이 젊은 소비자들의 주목을 다시금 받았다. 2022년 말 부임한 비외른 굴덴 아디다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포착해 가젤과 삼바의 생산량을 기존의 10배로 늘렸다. 희소한 제품을 찾는 젊은 세대를 끌어모으기 위해 한정판 상품을 내놓고 새로운 색상도 추가했다.

투자은행 브라이언 가르니에의 세드릭 로시 소비자 분석가는 “나이키는 과거에 비해 혁신성이 떨어지고 시장 경쟁이 심화해 소매업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 폭이 더 다양해졌다”며 “나이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 업계의 나머지 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사이에는 엄청난 대조가 있다”고 지적했다.

씨티은행도 “나이키가 제품에 대한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것은 아디다스와 같은 경쟁사에겐 단기적인 기회”라고 분석했다. 씨티은행에 따르면 북미, 중국, 유럽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최고 스포츠웨어 브랜드에 대한 인식 측면에서 아디다스가 나이키를 앞지르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소형 브랜드 약진은 경계해야

아디다스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이지’ 제품도 예상보다 잘 팔리면서 재고 부담 역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디다스는 2015년 유명 래퍼 예(옛 이름 칸예 웨스트)와 이지 브랜드를 론칭했지만, 2022년 예의 반유대 발언에 그 해 10월 협업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경영진은 골칫덩이로 전락한 이지 제품을 폐기하지 않고 판매하기로 했다. 대신 수익금의 일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한다는 묘책을 냈다. 당시 시장에서는 아디다스의 재고 부담이 확대됐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우려와 달리 아디다스는 이지 제품 판매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남은 재고의 장부 가치를 5분의 1로 줄였다고 지난 4월 밝혔다. 2분기 영업이익 중 약 5000만유로는 이지 판매에 따른 실적이다.

다만 최대 소비 시장인 중국의 경기 침체와 업계의 경쟁 심화는 여전한 위험요인이다. 탠야드어드바이저리의 사이먼 어윈 스포츠용품 애널리스트는 “중국 내 수요 약화와 경쟁 심화를 고려할 때 ‘매우 높은 마진을 낼 황금기’가 곧 돌아올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급성장한 소형 브랜드(사진=FT캡처)
급성장한 소형 브랜드(사진=FT캡처)
이어 “러닝화와 운동복 부문에서 소규모 브랜드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아디다스는 여전히 긴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RBC 캐피털은 호카, 룰루레몬, 온러닝, 뉴발란스 등 신흥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2013~2020년 평균 20%에서 2023년 35%로 상승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