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1년]① 교권추락 분노 '도화선' 된 새내기 교사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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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성' 학대신고·악성민원 사례 알려지며 교육계 넘어 사회적 공론화
교권보호 법안 입법·종합대책 마련에도 "현장 바뀌려면 보완입법 필요" 지적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서 2년차 신규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서이초 사건'이 이달 18일로 1주기를 맞는다.
20대 새내기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까지 학부모의 지속적인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은 점이 알려지면서 교육계에서는 그간 누적됐던 교권 침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삽시간에 들끓어 올랐다.
여기에 교사들이 일상 속에서 감당해 온 욕설과 폭언, 악성 민원, 학부모 '갑질' 사례 등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교권 문제를 사회적인 이슈로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
◇ 교권침해 시달린 교육계…새내기 교사 죽음이 '분노' 도화선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3년 7월 서이초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은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려졌다.
당시 이 지역 학부모들이 많이 드나드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숨진 교사가 교단에 선지 얼마 안 된 신규교사인데 학생 간 다툼 문제로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고, 특정 학부모가 지속적인 민원을 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새내기 교사의 죽음이 학부모 악성 민원과 관련됐을 수 있다는 의혹 속에 전국 각지에서 서이초로 근조 화환이 몰렸고, 교문 앞에 길게 늘어선 화환 사진이 SNS를 타고 퍼지면서 교육계에서는 그간 곪아왔던 교권침해 문제가 드디어 터졌다는 목소리가 번졌다.
교사들은 이후 토요일마다 국회와 광화문 등에서 숨진 교사의 사망 원인 규명과 교육부·교육청의 교권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집회를 벌였다.
그간 교사들의 집회는 주로 교원노조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서이초 사건 당시에는 교사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자발적으로 집회를 주최했다.
젊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교단의 분노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후 교육계는 숨진 교사의 49재일인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단체로 연가·병가를 써 추모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을 둘러싸고 교육당국은 추모를 이유로 한 연가·병가는 위법이며, 교사가 수업에 빠지고 추모행사에 참여하거나 학교장이 9월 4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할 경우 징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당일 시·도별로 많게는 1천500명 이상의 교사들이 연가·병가 등으로 자리를 비웠고, 학교에서는 단축·합반수업을 실시하는 등 추모 움직임이 이어졌다.
각 지역 교육청과 교대, 교원단체·노조가 개최한 방과 후 추모행사에도 교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결국 교육부는 9월 4일 연가·병가를 내고 추모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 방침을 철회하고, 교권 회복을 위한 입법을 최대한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욕설·모닝콜 요구' 등 교권침해에 분노 확산…"추가 법 개정 이뤄져야"
사회적 이슈에 강력하게 목소리를 표출한 사례가 흔치 않은 교단에서 이처럼 분노가 터진 것은 교권 추락에 대한 지적과 우려가 정부와 국회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가운데 서이초 교사의 사망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이전에도 아동복지법에 모호하게 언급된 '정서적 학대' 조항 등 때문에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학대'로 몰려 신고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교사에게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하는 학부모가 있어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게 현실이었는데, 이는 교권 침해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이 담임 교체·수업 파행 등으로 학습권 침해를 겪는 이유가 된다는 게 교육계의 지적이었다.
하지만 관련 대책이나 법 개정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학생이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학생 지도와 학부모 민원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젊은 교사의 죽음 앞에 교사들이 분노하면서도 '집단 우울감'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실제로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전후로 전국 곳곳에서 교사들이 목숨을 끊는 사례가 이어졌다.
8월 말에는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경기도의 아파트에서 숨졌고, 9월 초에는 전북 군산과 경기도 용인에서 각각 초등학교 교사와 고등학교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상대적으로 교권이 강했던 때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정작 교사가 된 뒤 일상적으로 교권 침해를 참아내야 했던 20~30대 젊은 교사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점도 서이초 사건이 공론화된 이유다.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스스로 집회를 조직하고 진행했는데, 자발적으로 모인 교사들이 대규모 집회를 질서정연하게 치러내면서 여론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욕설과 폭행 등 교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교권 침해 사례가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조차 교권 보호의 필요성에 공감한 점도 교사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교사들이 인터넷으로 공유한 교권 침해 사례를 보면 받아쓰기 지도를 하면서 틀린 문제에 빗금을 쳤다가 '아이의 마음이 상했다'라며 학부모 항의를 받은 사례, 학부모가 교사에게 아이의 '모닝콜'을 요구한 사례, 학교 측의 업무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학부모가 욕설을 한 사례 등이 눈에 띈다.
다만, 교육계에서는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보호 관련 법안과 정부 대책이 마련됐음에도 학교 현장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총에 접수된)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상담은 서이초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인 2023년 3~6월 월 평균 27건에서 사건 이후인 2023년 8~12월에는 평균 16.8건으로 줄었지만, 올해 3~6월 19.8건으로 다시 늘었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모호한 정서 학대 기준을 명확히 하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 가해자를 업무방해 등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교권보호 법안 입법·종합대책 마련에도 "현장 바뀌려면 보완입법 필요" 지적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서 2년차 신규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서이초 사건'이 이달 18일로 1주기를 맞는다.
20대 새내기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까지 학부모의 지속적인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은 점이 알려지면서 교육계에서는 그간 누적됐던 교권 침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삽시간에 들끓어 올랐다.
여기에 교사들이 일상 속에서 감당해 온 욕설과 폭언, 악성 민원, 학부모 '갑질' 사례 등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교권 문제를 사회적인 이슈로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
◇ 교권침해 시달린 교육계…새내기 교사 죽음이 '분노' 도화선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3년 7월 서이초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은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려졌다.
당시 이 지역 학부모들이 많이 드나드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숨진 교사가 교단에 선지 얼마 안 된 신규교사인데 학생 간 다툼 문제로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고, 특정 학부모가 지속적인 민원을 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새내기 교사의 죽음이 학부모 악성 민원과 관련됐을 수 있다는 의혹 속에 전국 각지에서 서이초로 근조 화환이 몰렸고, 교문 앞에 길게 늘어선 화환 사진이 SNS를 타고 퍼지면서 교육계에서는 그간 곪아왔던 교권침해 문제가 드디어 터졌다는 목소리가 번졌다.
교사들은 이후 토요일마다 국회와 광화문 등에서 숨진 교사의 사망 원인 규명과 교육부·교육청의 교권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집회를 벌였다.
그간 교사들의 집회는 주로 교원노조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서이초 사건 당시에는 교사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자발적으로 집회를 주최했다.
젊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교단의 분노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후 교육계는 숨진 교사의 49재일인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단체로 연가·병가를 써 추모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을 둘러싸고 교육당국은 추모를 이유로 한 연가·병가는 위법이며, 교사가 수업에 빠지고 추모행사에 참여하거나 학교장이 9월 4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할 경우 징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당일 시·도별로 많게는 1천500명 이상의 교사들이 연가·병가 등으로 자리를 비웠고, 학교에서는 단축·합반수업을 실시하는 등 추모 움직임이 이어졌다.
각 지역 교육청과 교대, 교원단체·노조가 개최한 방과 후 추모행사에도 교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결국 교육부는 9월 4일 연가·병가를 내고 추모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 방침을 철회하고, 교권 회복을 위한 입법을 최대한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욕설·모닝콜 요구' 등 교권침해에 분노 확산…"추가 법 개정 이뤄져야"
사회적 이슈에 강력하게 목소리를 표출한 사례가 흔치 않은 교단에서 이처럼 분노가 터진 것은 교권 추락에 대한 지적과 우려가 정부와 국회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가운데 서이초 교사의 사망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이전에도 아동복지법에 모호하게 언급된 '정서적 학대' 조항 등 때문에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학대'로 몰려 신고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교사에게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하는 학부모가 있어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게 현실이었는데, 이는 교권 침해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이 담임 교체·수업 파행 등으로 학습권 침해를 겪는 이유가 된다는 게 교육계의 지적이었다.
하지만 관련 대책이나 법 개정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학생이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학생 지도와 학부모 민원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젊은 교사의 죽음 앞에 교사들이 분노하면서도 '집단 우울감'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실제로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전후로 전국 곳곳에서 교사들이 목숨을 끊는 사례가 이어졌다.
8월 말에는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경기도의 아파트에서 숨졌고, 9월 초에는 전북 군산과 경기도 용인에서 각각 초등학교 교사와 고등학교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상대적으로 교권이 강했던 때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정작 교사가 된 뒤 일상적으로 교권 침해를 참아내야 했던 20~30대 젊은 교사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점도 서이초 사건이 공론화된 이유다.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스스로 집회를 조직하고 진행했는데, 자발적으로 모인 교사들이 대규모 집회를 질서정연하게 치러내면서 여론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욕설과 폭행 등 교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교권 침해 사례가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조차 교권 보호의 필요성에 공감한 점도 교사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교사들이 인터넷으로 공유한 교권 침해 사례를 보면 받아쓰기 지도를 하면서 틀린 문제에 빗금을 쳤다가 '아이의 마음이 상했다'라며 학부모 항의를 받은 사례, 학부모가 교사에게 아이의 '모닝콜'을 요구한 사례, 학교 측의 업무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학부모가 욕설을 한 사례 등이 눈에 띈다.
다만, 교육계에서는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보호 관련 법안과 정부 대책이 마련됐음에도 학교 현장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총에 접수된)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상담은 서이초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인 2023년 3~6월 월 평균 27건에서 사건 이후인 2023년 8~12월에는 평균 16.8건으로 줄었지만, 올해 3~6월 19.8건으로 다시 늘었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모호한 정서 학대 기준을 명확히 하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 가해자를 업무방해 등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