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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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많은 샷을 놓쳤다. 수많은 '승리의 샷'을 쏜 마이클 조던 역시 놓치는 샷이 많았다. 중요한 것은 조던이 여전히 '위닝 샷'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마지막 퍼트를 원한다."

지난달 로리 매킬로이가 US오픈에서 아깝게 역전패 당한지 일주일 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다정한 메시지를 그에게 보냈다. 하지만 이 메시지는 매킬로이에게 닿지 못했다. 그가 패배의 충격으로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17일(한국시간) 브리티시 오픈(디 오픈) 개막을 하루 앞두고 스코틀랜드 로열 트룬G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즈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매킬로이를 위로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냈다"고 답했다. 하지만 잠시 뒤 이어진 매킬로이의 기자회견에서 그는 "모든 사람과의 연락을 피하려고 대회 이틀 뒤에 전화번호를 바꿨다"고 답했다. 그 바람에 '황제'의 메시지를 본의 아니게 '안읽씹(안 읽고 답하지 않은 상태)'해버린 셈이다.

매킬로이는 "오늘 우즈가 알려주기 전까지 그가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몰랐다. 좋지 않은 행동이지만, 타이거 우즈에게 답을 하지 않은 셈"이라고 웃었다. 이어 우즈에게 각별한 감사를 전했다. 그는 "우즈는 내 커리어의 모든 순간에서 놀라운 존재였다. 2022년 세인트앤드루스(매킬로이가 아깝게 패했던 디오픈) 이후에도 고마운 메시지를 줬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역전패 뒤 수많은 스포츠 스타가 매킬로이를 위로했다고 한다.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농구 황제' 조던은 가장 먼저 메시지를 보낸 지인들이다. 둘 모두 "계속 도전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매킬로이는 "가장 먼저 메시지를 보낸 조던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결정적인 샷을 놓쳤는지 그에게 상기시켰다"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지난달 US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짧은 퍼트에서 실수를 내며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에게 1타 차로 역전패했다. 특히 마지막 18번홀에서 1.2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친 것이 뼈아팠다. 그 충격으로 매킬로이는 투어 활동을 잠시 중단했고, 지난주 스코티시 오픈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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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쉬는 기간 동안 뉴욕에서 휴식을 취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홀로 에어팟을 끼고 맨하탄의 하이라인을 걸었다"며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저 밖으로 나와서 주변을 둘러보고, 삶의 작은 것에서 기쁨을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설명이다.

뉴욕 한복판의 분주한 풍경은 그에게 큰 치유를 선사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분주하게 살아가는 것을 본다는 점에 좋은 '리셋'이 됐다"며 "파인허스트에서 제가 퍼트를 놓쳐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는걸 알게됐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2014년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8년째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11번의 메이저 대회에서 톱5에 올랐고, US오픈에서는 2연속 준우승을 거뒀다.

역전패의 아픔을 떨쳐낸 매킬로이는 다시 한번 메이저 우승에 도전한다. 다시 일어서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묻는 질문에 "약 3~4일 가량 걸린 것 같다"며 "매우 실망한 상태에서 긍정적인 면에 집중하려 노력했고, 그러다 부정적인 결과에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열정과 의욕이 생기는 단계가 됐다"고 답했다.

그는 "한달 동안 골프장에 가지 않겠다던 마음가짐이 나흘 뒤에 '빨리 가고 싶다'고 바뀌었다"며 "실망감이 동기부여로 바뀌면 바로 그때가 앞으로 나아갈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나이키의 후원을 받는 매킬로이는 이날 기자회견에 나서며 나이키의 스우시 무늬 대신 'Just do it'이 새겨진 모자를 썼다.

매킬로이는 한국시간 18일 오후 6시 9분 맥스 호마(미국), 티럴 해턴(잉글랜드)과 티샷을 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