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400%라도 안 판다"…주식 고수의 '매도 타이밍'은 언제일까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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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 /사진=임대철 기자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 /사진=임대철 기자
“과거엔 금리를 인하하면 주가가 내린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엔 성격이 다릅니다. 풍부해질 유동성을 바탕으로 ‘1등 성장주’에 주목할 때입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17일 “코스피지수가 전고점인 3300을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전자 밸류체인(가치사슬)에 속한 반도체 상장사들과 기술이전에 성공한 바이오 업체 주가 반등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짚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본부장과 브레인자산운용 부사장을 거친 그는 금융투자업계 경력 30년의 베테랑 펀드매니저다. 2012년 그로쓰힐자산운용을 설립해 기관 자금 1조원을 굴리고 있다.

유한양행·레고켐바이오…기술이전 이력 '집중'

김 대표는 최근의 미국 경제 환경이 과거의 금리 인하 당시 상황과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엔 경기 침체가 임박했을 때 이를 막으려 금리를 폭포수처럼 내릴 때가 많았다”며 “하지만 오는 9월 인하 가능성은 선제적 조치 성격을 띠고 있어 경기의 ‘소프트랜딩(연착륙)’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이 4.1%로 2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임금 상승률 추이와 가계 자산 건전성을 합쳐보면 중앙은행(Fed)이 고용 지표 관리에 실패할 확률은 적다고 내다봤다. 이후 금리 인하가 진행되고 나면, 늘어날 유동성과 달러 평가 절하를 바탕으로 국내 증시도 하반기 3000선을 훌쩍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반도체 주도주와 소외된 성장주는 주인공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주도주 중에서 김 대표가 주시하는 영역은 삼성전자 가치사슬에 속한 반도체 상장사들이다. 그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성장으로 상반기 SK하이닉스 가치사슬 업체들의 가파른 주가 상승이 있었던 만큼, 3분기엔 늘어날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에 주목할 차례”라고 말했다. HBM 생산으로 인해 D램, 낸드플래시 출하량이 줄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에 레이저 커팅 장비를 공급하는 이오테크닉스, 매출액 절반을 삼성전자에서 벌어들이는 원자층증착(ALD) 장비 제작사 원익IPS 등은 대표적인 수혜 상장사로 꼽힌다. 이들의 올해 주가 증가율은 25.56%, 5.88%로 부담이 적다는 평가다.

성장주에선 바이오주를 향한 기대감이 크다. 장기간 연구개발(R&D)이 필수적인 바이오 업종은 자금 조달 여력이 기업 실적을 좌우한다. 금리 인하 시기 대표 수혜주로 거론되는 이유다. 그는 바이오주를 선택할 때 미국에서 독자적인 임상을 진행하는 기업보다는 ‘빅파마(글로벌 대형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진행한 업체가 투자 가치가 더 높다고 했다. 국내에선 유한양행(얀센) 레고켐바이오(암젠) 한올바이오파마(로이반트) 등이 빅파마와의 협력 속에 순항 중이라는 분석이다. 공장 증설을 통해 수익을 확대하는 위탁개발생산(CDMO) ‘1등주’ 들도 금리 인하에 따른 반사이익이 적지 않다. CDMO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은 이달 각각 17.06%, 10.44% 오르는 등 이미 주가가 꿈틀대고 있다.

"원전株 기회 지속…정책 방향 간파하라"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 /사진=임대철 기자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 /사진=임대철 기자
하반기 증시 온기를 예상하지만, 그 역시도 변화무쌍한 거시경제(매크로) 환경을 단언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골프로 치면 아직까지 페어웨이가 좁고, 곳곳에 벙커가 자리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김 대표는 “현 증시는 한 마디로 ‘유동성을 기대하는 미어캣 장세’”라며 “섣불리 경기 민감주나 2차전지 등 주가 하락 폭이 컸던 업종에 ‘베팅’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가 시도할 수 있는 투자 방식으론 “각국 정부의 정책 동향과 수혜 업종을 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예시로 체코 원자력발전소 사업 수주 기대감이 몰린 원전 업종을 들었다. 김 대표는 “시장을 달군 체코 원전 수주 입찰 및 발표 일정은 이미 4월부터 모두에게 알려진 정보였다”며 “이 업권의 우량주인 두산에너빌리티한전기술은 그럼에도 당시를 기점으로 40~50%씩 올랐다”고 했다. 설사 수주 실패로 단기 급락이 찾아오더라도, 각국 정부가 원자력 발전 사업을 늘리고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비슷한 기회는 또 찾아올 것이란 설명이다.

수익률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도 했다. 그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펀드 ‘로스컷(손절매)’ 기준인 –30%에 도달하는 종목이 나와도, 수익률이 400% 넘는 경우가 나타나도 지금이 매도 타이밍이 맞는지 다시 한번 고민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일순간 주가에 흔들리지 않아야 ‘텐배거(주가 상승률 1000%)’에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대신 영업이익 증가 둔화는 위험 신호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실적이 매번 개선되는 것처럼 보여도, 분기마다 그 폭이 작아지고 있을 경우 주가가 일순간 급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특히 ‘사상 최대 실적’이란 표현과 함께 주가가 치솟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며 “사실관계 자체는 맞겠지만 가려진 이익 증가 둔화세가 있다면 고점은 이미 다가온 상태”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