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 관심도 낮아…동포청 지원 예산 10년 전에 비해 반토막
한러관계 악화·예산 축소…'러이주 160주년' 사업 동력 줄어
시민사회단체가 올해 '한인 러시아 이주 160주년'을 맞아 국내외에서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러 관계 악화와 지원 예산 규모 축소 등으로 인해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18일 동포사회에 따르면 고려인 지원단체인 사단법인 너머 등 70여개 단체로 구성된 '고려인·한인 이주 1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는 9월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기념사업 개막식을 시작으로 한 달간 각종 행사를 개최한다.

개막식은 블라디보스토크 자매결연도시공원 '한인 이주 150주년 기념 한·러 우호친선비' 앞에서 약식으로 진행된다.

연해주 추진위와 고려인 민족학교가 주관하며, 연해주 주정부·소수민족협회·고려인단체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추진위는 당초 블라디보스토크 내 광장에 별도의 무대를 설치하고 각국 동포 주요 인사와 축하 사절단 등을 초청해 160주년 기념식을 열기로 했으나 현지 상황과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 때문에 행사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국내 사업은 지역 추진위 발대식과 한인 이주 160주년 콘텐츠 제작을 최소화하기로 결정했고, 국외 사업은 고려인 단체들과 추진하려 한 K컬처 마켓, K컬처 전시등을 전면 취소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는 20∼22일에 아리랑가무단 순회공연, 학술 포럼, 유라시아 코리안 기업가 포럼, 문화의 날 및 추석 행사, 사진전, 제1회 국제씨름대회 등의 프로그램만 진행된다.

한국에서는 우즈베키스탄 고려무용단 순회공연, 고려인 독립운동 기념비 제막, 학술 포럼, 사진전, 디아스포라 청년 포럼 등의 행사만 열린다.

한러관계 악화·예산 축소…'러이주 160주년' 사업 동력 줄어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등으로 한·러 양국 간 불편한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민간 단체들이 사업에 참여하기를 주저하고, 정부와 산하 공공기관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라 150주년 행사 때와 달리 관심도가 높지 않다.

러시아 내 고려인 단체 관계자는 "최근 한러 관계 악화로 인해 현지 단체들이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재외동포청의 지원 사업에 대부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고려인 단체 관계자는 "우즈베키스탄 단체들은 지원금 규모는 적고 신청 절차가 너무 복잡해서 2년 전부터 지원 신청을 안 하고 있다"며 "카자흐스탄에서 신청한 단체는 재외동포청에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재외동포청이 160주년 기념사업 명목으로 편성한 국고보조금은 5억원이다.

10년 전인 150주년 기념사업 때는 재외동포청의 전신인 재외동포재단이 10억원의 정부 예산을 배정받아 국내외 사업에 활용했지만, 이번에는 절반으로 줄었다.

국내에서는 6개 단체가 1억800만원을 지원받는다.

사단법인 너머(160주년 기념사업·5천만원), 지구촌동포연대(160주년 기념 포럼·1천320만원), 동북아평화연대(한인 디아스포라 사진전·500만원) 등 추진위 소속 3개 단체에 총 6천820만원이 배정됐다.

대한고려인협회(고려인 청년리더 비전 워크숍·2천만원),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제51차 세계한인상공인지도자대회·1천350만원), 디아스포라연구소(함박마을 고려인 삶과 이야기 책 발간·630만원) 등 3개 단체에는 3천980만원이 지원된다.

국외 고려인 동포단체들이 주블라디보스토크 한국 총영사관을 통해 신청한 10개 사업에는 3억9천200만원이 배정됐다.

재외동포청은 최종 심사를 거쳐 곧 지원 단체와 규모를 발표할 계획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재외동포청의 보조금에 연해주 고려인 단체의 자체 예산과 시민단체 후원을 합쳐서 사업을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