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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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 따라 관련 종목들의 수혜 기대감이 커졌다. 수주 금액이 예상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앞서 체코 원전 수주 기대감에 상승하다가 최근 조정 받은 관련주 주가는 일제히 급등세로 돌아섰다.

18일 오전 9시 12분 현재 한전기술은 전날보다 1만3300원(17.36%)오른 8만9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 28.07% 뛴 후 다소 숨고르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강세다. 이와 함께 한전KPS가 12.9% 뛰었고,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8.47% 오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17일(현지시간) 각료회의를 열고 한수원을 남부 두코바니 지역에 1000메가와트(㎿) 규모 원전 2기를 짓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사업 규모가 기존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체코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확정된 두코바니 원전 2기의 건설 사업비가 4000억코루나(약 2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조원이 들어간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대해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당초 예상한 금액인 15조원 대비 60% 가량 많다”며 “저가 수주 우려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 규모 ‘서프라이즈’에 따라 원전 관련 종목의 주가가 당분간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전기술은 앞서 체코 원전 수주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한 지난 15일 장중 8만1800원까지 올랐으나 전날까지 6.36% 하락했다. 한전기술은 원전 및 원자로의 설계를 담당하기에 원전 관련 종목 중 가장 먼저 매출 인식이 시작될 전망이다.

원전이 완공된 뒤 원전 설비의 정비를 담당하게 될 한전KPS도 지난 15일 장중 고점(3만9550원) 대비 전날까지 4,93% 빠졌다. 원전 주기기를 직접 제작할 두산에너빌리티는 전날 장중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고, 이날 재경신했다.

허민호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와 한전기술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그는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해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을 통해 그룹의 지배구조 이슈에 대한 부담을 극복할 것”이라며 “하반기 뉴스케일의 루마니아 소형모듈원전(SMR) 프로젝트의 피드2가 승인되면 SMR 관련 수주금액 증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전 기술에 대해서는 “원전 프로젝트 매출 증가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가장 크다”며 “원전을 운영하는 중에도 장기적인 엔지니어링 서비스 매출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민재 연구원은 “원전 1기를 수주했을 때 한전기술은 수주 금액 중 10~15%를, 두산에너빌리티와 관련 기자재 업체들은 20~25%를, 대우건설 등 시공사는 30~40%의 수주를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주로 추가적인 원전 수주도 기대되고 있다. 우선 체코 정부가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제외한 인근 테멜린 지역에 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할 경우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역시 한수원으로 선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테멜린 지역의 원전 2기 건설 계약까지 추가로 따내면 총사업비는 40조~50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체코 이외 유럽 국가에서의 원전 수주 가능성도 커졌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체코 원전 수주는 그 자체로도 한국형 원전 수출이라는 의미가 있으나, 수출 이력이 추가되면서 슬로바키아, 폴란드, 스웨덴, 튀르기예 등 유럽 내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고려 중인 국가들에 진출할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급하게 원전 관련 종목을 매수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원전 관련 종목들의 주가 패턴은 지나친 급등락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고 당부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