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석유' 리튬의 끝없는 추락…바닥은 언제오나 [원자재 포커스]
글로벌 리튬 가격이 계속 하한가를 치고 있다. 전기자동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리튬에 대한 수요가 계속 꺾이면서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생산업체들이 리튬을 전기차 등 '에너지 전환'의 핵심 광물로 보고 투자를 늘려 온 탓에 과잉 상태에 놓여 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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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상하이금속거래소에서 탄산리튬 현물 가격은 t당 8만6500위안 선으로 떨어졌다. 2022년 11월에 기록한 전고점(60만 위안) 대비 7분의1 토막이 났다. 리튬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60% 넘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7월 탄산리튬 선물 거래를 시작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도 t당 4만달러 이상이었던 초기 가격이 현재 1만2850달러로 고꾸라졌다.

로이터통신은 "리튬 붐이 지난 2년 동안 리튬 붕괴로 전환됐다"며 "이는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약해지는 와중에 새로운 리튬 공급의 물결이 시장을 압도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리튬은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2016~2017년에도 유사한 '붐-버스트(burst)' 사이클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도 빠른 회복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단기적으론 시장이 잉여 리튬을 소화하느라 가격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BMI의 애널리스트들은 "장기적으로는 세계 각국 정부가 전기차로의 전환을 강제함에 따라 긍정적인 전망이 있긴 하지만, 2022년 만큼 높은 가격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튬 과잉 공급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아르헨티나에선 신규 리튬 광산들이 향후 몇 달 내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동안 거대 리튬 광산 개발에 자금을 쏟아부었던 아르헨티나의 노력이 10여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블룸버그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에서 4개의 신규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하게 될 경우 아르헨티나의 연간 리튬 생산량은 평년 대비 79% 증가한 20만2000톤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통해 아르헨티나는 호주, 칠레 등에 이어 주요 리튬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얀석유' 리튬의 끝없는 추락…바닥은 언제오나 [원자재 포커스]
또한 아프리카, 특히 나이지리아와 짐바브웨에서 소규모 광업(ASM)이 급증한 것도 리튬 과잉 공급을 부추기고 있다. CRU 연구소는 "소규모 광산이 지난해 아프리카 리튬 공급의 3분의2를 차지했다"며 "이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의 리튬 잉여량과 거의 비슷한 양"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에도 아프리카발(發) 리튬 선적량은 중국의 총 리튬 수입(금속 함량 기준)의 4분의1을 차지했다.

다만 최근 일회성 요인들이 가격 폭락장을 더욱 부추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튬 생산업체들은 리튬이 배터리 제조사들의 엄격한 사양에 맞춘 맞춤형 화학물질, 즉 일종의 제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리튬의 가격 변동은 다른 원자재와 유사한 패턴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다.

높은 가격을 보이는 기간엔 생산업체들의 과잉 생산을 유도하고, 이 같은 과잉 투자는 가격이 하락하는 기간에 잦아들게 된다. 로이터는 "이 하락장 패턴은 생산업체들이 리튬의 낮은 가격이 장기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응해 생산을 줄이고 확장 계획을 연기하면서 현재 조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