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잘못 끼운 금투세…전면 개정 후 시행해야" [진영기의 찐터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인터뷰
"금투세 도입하려면 거래세 전면 폐지해야"
"반기 원천징수·인적공제 논란 등 우려 해소해야"
"금투세 도입하려면 거래세 전면 폐지해야"
"반기 원천징수·인적공제 논란 등 우려 해소해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도입하려면 증권거래세(거래세)를 전면 폐지해야 합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지만 지금이라도 금투세 세부 내용을 고쳐 내년부터 전면 시행해야 합니다."
재정·세제 전문가인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사진)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중과세 문제를 풀기 위해 거래세는 없어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에 따라 금융투자로 얻는 소득에 세금이 부과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세금의 취지에 맞게 공제 기준을 낮추고, 저소득층과 장기 투자자의 자산 형성을 위해 세율도 조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금투세의 향배는 엇갈리고 있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은 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했고 여당은 금투세 폐지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계획대로 내년에 금투세를 도입하자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금투세 시행 유예를 시사하는 등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김 교수는 내년부터 금투세를 도입하되,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소득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기존 취지를 고수하는 대신 과세 기준을 연 5000만원(국내 주식 기준)에서 1000만원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세금과의 형평성을 위해 소득 수준, 장기투자 여부에 따라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연간 근로소득이 8000만원 수준인 사람의 실효세율은 7~8%에 불과한데, 금융소득의 20%를 세금으로 내라고 하면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근로소득으로 부자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증시에 뛰어들었는데, 이들에게 20% 세금을 부과하는 건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 투자자나 소득이 높은 사람에겐 전면 과세하는 게 맞지만, 저소득층, 장기 투자자엔 비과세에 가까운 수준으로 세율을 낮춰야 한다"며 "최소 20년 가능하면 30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금투세 도입 시 '큰손'의 국내증시 이탈 등 금융시장에 줄 충격을 우려하며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과거 금투세와 유사한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꺼내든 대만 사례를 빗대서다. 대만 정부가 1988년 9월 이듬해부터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겠다고 발표하자 현지 증시는 이전 대비 36% 수준으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다만 김 교수는 "대만 증시 폭락 사태는 금투세보다 금융실명제 도입이 미친 영향이 크다"면서 "세율도 50%에 가까울 정도로 높아 시장에 충격을 준 것"이라고 한국 사례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파생상품양도소득세에 비춰 금투세가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봤다. 국내에서는 2019년 4월부터 모든 주가지수 관련 파생상품에 양도세가 부과됐다. 김 교수는 "일부 투자자만 내는 금투세와 달리 파생상품양도소득세는 모든 투자자가 내고 있다"며 "도입 당시 거래 대금이 조금 줄었지만, 단기간 내에 다시 회복됐다"고 말했다.
그는 "금투세처럼 세목을 신설할 땐 조세 저항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해 거래세를 폐지해야 했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거래세는 손실이 나도 내는 세금이고, 금투세는 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기에 조세 정의에 더 부합한다"며 "거래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선 금투세가 성공적으로 도입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거래세와 함께 코스피에 부과되는 농특세도 폐지돼야 한다고 했다. 농민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과 쉽게 걷을 수 있는 세금을 포기할 수 없는 정부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유지됐을 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는 "농특세는 최악의 세금 중 하나"라며 "농특세 납세자는 납세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기에 불합리하고, 즉시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원천징수, 연말정산 인적공제, 건강보험료 인상 가능성 등 개인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항목도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금투세는 반기별로 원천징수하게 돼있다. 투자자들은 원천징수 시 복리효과를 누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또 금투세 신설에 따라 새로운 소득 항목이 생기며 연말정산, 건강보험료 산정 시 불리해진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반기별로 원천징수한다는 건 세무당국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며 "납세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1년에 한 번 거두면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 "금융소득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인적공제, 건보료 산정 기준에서도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공론화다. 김 교수는 금투세 개정을 위해 공론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은 관련 논의가 정치적 논리에 매몰돼 합리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금투세를 도입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조세 전문가가 적지 않다"며 "정치적인 대립이 극심하기 때문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처럼 오해받을까 목소리를 내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부자감세 논리'는 논의를 방해할 뿐"이라며 "납세자의 수용성도 높이고, 과세 형평성을 주장하는 대다수 국민의 생각도 반영하되 자본시장 육성이 필요하다는 투자자 입장도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와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하반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 산하에 금투세를 논의할 수 있는 특별 기구를 마련하고 정부와 국회, 국민이 계속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금투세 도입을 찬성하는 사람, 반대하는 사람을 모두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세수 결손으로 향후 증세 논의가 빗발칠 것"이라며 "금투세 공론화 과정은 향후 증세 논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재정·세제 전문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조세연구원과 국회예산정책처를 거쳐 2012년부터 서울시립대 교수로 부임했고,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재정·세제 전문가인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사진)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중과세 문제를 풀기 위해 거래세는 없어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에 따라 금융투자로 얻는 소득에 세금이 부과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세금의 취지에 맞게 공제 기준을 낮추고, 저소득층과 장기 투자자의 자산 형성을 위해 세율도 조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전 대표 금투세 유예 시사…김우철 "전면 개정 필요"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해 올린 수익이 일정 수준(주식 5000만원, 채권 등 250만원)을 넘으면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수익이 5000만원 이상일 경우 20%, 3억원을 초과할 경우 25%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투자자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금투세의 향배는 엇갈리고 있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은 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했고 여당은 금투세 폐지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계획대로 내년에 금투세를 도입하자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금투세 시행 유예를 시사하는 등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김 교수는 내년부터 금투세를 도입하되,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소득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기존 취지를 고수하는 대신 과세 기준을 연 5000만원(국내 주식 기준)에서 1000만원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세금과의 형평성을 위해 소득 수준, 장기투자 여부에 따라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연간 근로소득이 8000만원 수준인 사람의 실효세율은 7~8%에 불과한데, 금융소득의 20%를 세금으로 내라고 하면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근로소득으로 부자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증시에 뛰어들었는데, 이들에게 20% 세금을 부과하는 건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 투자자나 소득이 높은 사람에겐 전면 과세하는 게 맞지만, 저소득층, 장기 투자자엔 비과세에 가까운 수준으로 세율을 낮춰야 한다"며 "최소 20년 가능하면 30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금투세 도입 시 '큰손'의 국내증시 이탈 등 금융시장에 줄 충격을 우려하며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과거 금투세와 유사한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꺼내든 대만 사례를 빗대서다. 대만 정부가 1988년 9월 이듬해부터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겠다고 발표하자 현지 증시는 이전 대비 36% 수준으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다만 김 교수는 "대만 증시 폭락 사태는 금투세보다 금융실명제 도입이 미친 영향이 크다"면서 "세율도 50%에 가까울 정도로 높아 시장에 충격을 준 것"이라고 한국 사례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파생상품양도소득세에 비춰 금투세가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봤다. 국내에서는 2019년 4월부터 모든 주가지수 관련 파생상품에 양도세가 부과됐다. 김 교수는 "일부 투자자만 내는 금투세와 달리 파생상품양도소득세는 모든 투자자가 내고 있다"며 "도입 당시 거래 대금이 조금 줄었지만, 단기간 내에 다시 회복됐다"고 말했다.
"금투세 세율 낮추고, 원천징수 문제 해결해야…금융시장 충격 우려는 과해"
김 교수는 다만 납세자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금투세 세부 내용은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건 거래세다. 내년 금투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부과하면 이중과세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거래세 세율은 단계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내년부터는 유가증권에는 농어촌특별세(농특세)가 0.15% 부과되고, 코스닥에는 증권거래세가 0.15% 부과된다.그는 "금투세처럼 세목을 신설할 땐 조세 저항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해 거래세를 폐지해야 했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거래세는 손실이 나도 내는 세금이고, 금투세는 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기에 조세 정의에 더 부합한다"며 "거래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선 금투세가 성공적으로 도입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거래세와 함께 코스피에 부과되는 농특세도 폐지돼야 한다고 했다. 농민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과 쉽게 걷을 수 있는 세금을 포기할 수 없는 정부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유지됐을 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는 "농특세는 최악의 세금 중 하나"라며 "농특세 납세자는 납세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기에 불합리하고, 즉시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원천징수, 연말정산 인적공제, 건강보험료 인상 가능성 등 개인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항목도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금투세는 반기별로 원천징수하게 돼있다. 투자자들은 원천징수 시 복리효과를 누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또 금투세 신설에 따라 새로운 소득 항목이 생기며 연말정산, 건강보험료 산정 시 불리해진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반기별로 원천징수한다는 건 세무당국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며 "납세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1년에 한 번 거두면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 "금융소득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인적공제, 건보료 산정 기준에서도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공론화다. 김 교수는 금투세 개정을 위해 공론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은 관련 논의가 정치적 논리에 매몰돼 합리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금투세를 도입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조세 전문가가 적지 않다"며 "정치적인 대립이 극심하기 때문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처럼 오해받을까 목소리를 내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부자감세 논리'는 논의를 방해할 뿐"이라며 "납세자의 수용성도 높이고, 과세 형평성을 주장하는 대다수 국민의 생각도 반영하되 자본시장 육성이 필요하다는 투자자 입장도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와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하반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 산하에 금투세를 논의할 수 있는 특별 기구를 마련하고 정부와 국회, 국민이 계속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금투세 도입을 찬성하는 사람, 반대하는 사람을 모두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세수 결손으로 향후 증세 논의가 빗발칠 것"이라며 "금투세 공론화 과정은 향후 증세 논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재정·세제 전문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조세연구원과 국회예산정책처를 거쳐 2012년부터 서울시립대 교수로 부임했고,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