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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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와 연관된 헬스케어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특히 헬스케어 분야에 AI가 접목되기 쉬운 지점은 병원·의원 등 의료 현장에서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 기존 디지털 헬스케어의 경우 단순한 컴퓨터단층촬영(CT)나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통해 의료진에게 영상과 텍스트를 제공하는 식이었다. 반면 AI가 접목된 헬스케어 기술은 진단 과정에서 뽑아낸 수많은 의료 데이터의 특정 패턴을 딥러닝과 거대언어모델(LLM)을 통해 학습해 판독 정확도를 높이고 질병을 사전 예측할 수도 있다.

저출산·고령화 기조로 앞으로 의료인과 환자 간 인력 수급 불균형이 예상될뿐더러 의료 패러다임 또한 개인 맞춤형으로 진화, 개인화를 위한 AI 솔루션 기반 헬스케어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의료 현장에 도입된 AI와 의료의 조합은 시간과 비용뿐 아니라 정확도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로 서울 아산병원에서는 AI를 통한 영상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암 진단 정확도를 크게 높인 바 있다.

AI헬스케어, 폭발적 성장…국내선 연평균 50.8%↑

2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는 전 세계 AI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올해 209억달러(약 29조원)에서 5년 뒤 1484억 달러(약 205조원)로 7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AI 헬스케어 시장도 비슷하다. 삼정KPMG가 지난 3일 발간한 'AI로 촉발된 헬스케어 산업의 대전환' 보고서를 보면 국내 AI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연평균 50.8% 성장해 2030년엔 66억7200만달러(약 9조208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 2024'에도 700여개의 헬스케어 관련 제품들이 전시됐다. 대다수가 AI 기반 제품으로 가정이나 일상에서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게 특징이었다.

국내 기업 "AGEs부터 혈당 측정까지" 총력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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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헬스케어가 미래 유망 산업으로 성장성이 보이자 국내 기업들도 발벗고 나섰다.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AI 헬스케어 제품과 서비스를 앞다퉈 출시하면서 공 들이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갤럭시 언팩 행사를 열고 건강 관리 기능을 갖춘 웨어러블 신제품 갤럭시워치7·울트라, 갤럭시 링 등 3종을 공개했다. 갤럭시 웨어러블 신제품 3종에는 수면 무호흡 진단 등의 기능이 포함됐고 정확성이 30%가량 향상되는 등 바이오액티브 센서가 강화됐다.

갤럭시 워치7·울트라에서 당 독소인 최종당화산물(AGEs) 측정이 가능해 비만, 피부노화 등을 관리할 수 있다. 갤럭시 링 또한 수면 중 심박수와 변이도 등 7가지 주요 데이터 측정이 가능하다. 삼성 측은 갤럭시 웨어러블 시리즈 차기작에는 영양, 심혈관 관련 측정 기능을 새롭게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2022년 3월 신규 법인 '카카오헬스케어'를 설립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앓는 만성질환 중 하나인 당뇨에 주목해 혈당 관리 플랫폼 '파스타'를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연속혈당측정기(CGM)를 핵심으로 내세웠는데 일반적으로 혈당을 잴 때 손끝 등을 찔러 혈액을 추출하는 방법을 사용했다면 CGM은 배나 팔에 패치를 붙여 자동으로 혈당 측정이 가능하다. 착용 기간 사용자 몸의 데이터를 분석해 혈당 변동성, 혈당 관리지표(GMI), 목표 범위 내 비율, 평균 혈당, 혈당 하이라이트 등 각종 수치를 요약해 준다.

의료용 AI 비서에 반려동물 AI 진단도

네이버 또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의료용 AI 서비스에 접목한 '하이퍼클로바 메드'를 개발 중이다. 기존 클로바노트의 경우 세미나나 회의 내용을 음성과 텍스트로 변환했다면 하이퍼클로바 메드의 경우 의사와 환자단 대화를 자동 기록해 진단, 처방, 복용법 등을 정리해준다.

또한 실제 임상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년 제공을 목표로 순천향대병원, 삼성의료원과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네이버는 사내 병원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안면인식을 통한 진료 등록, 건강관리 프로그램, 전자의무기록(EMR) 등록 등의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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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위한 AI 헬스케어 서비스도 등장했다. SK텔레콤은 2022년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AI 진단 보조 서비스인 '엑스칼리버'를 상용화했다.

이 서비스는 반려동물의 엑스레이 사진을 AI로 분석해 수의사 진료를 돕는다. 엑스칼리버는 최근 호주와 인도네시아에 이어 북미 시장에 진출했다. 캐나다 현지 동물병원 100여곳에 내달 중 엑스칼리버를 제공할 예정이다. 미국에선 뉴저지 소재 동물 병원에서 솔루션 검증에 들어갔다.

'알기 쉬운 의료 AI'의 저자 조영훈 클리오닉의원 원장은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AI 기술은 안정성과 유효성이 입증되는 시작 단계에 있다"면서 "기술이 고도화되고 의료 AI가 발전하면 병원 문턱을 넘어 가정 내 생체데이터 측정을 비롯해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