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반려동물 사료에 배양육을 활용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유럽에서 처음으로 배양육 상업 시장을 열었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이 동물 세포에서 배양한 닭고기를 반려동물 사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배양육 제조 업체 미틀리는 동식물위생청(APHA)과 환경식품농무부에서 규제 승인을 받아 올해부터 배양 닭고기를 사료 제조 업체에 판매할 예정이다. 미틀리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오언 엔서는 “브렉시트 덕분에 유럽연합(EU)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정부가 바이오 테크와 혁신을 장려해 영국에서 승인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콩고기 등 식물성 대체육과 달리 배양육은 동물 세포를 채취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다. 이스라엘, 싱가포르, 미국은 이미 배양육 시판을 승인해 사람이 섭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식용 배양육 시판을 허가하지 않지만 사료용으로 일부 허용해 빗장을 풀어준 것이다. 다른 유럽 국가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축산업 보호 등을 이유로 오히려 배양육을 금지한다.

엔서 CEO는 “동물 학대를 반대하는 동물 애호가는 역설적으로 자기 반려동물에게 어떤 것을 먹이는지에 더 관대하다”고 FT에 전했다. 가축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대체육 스타트업이 급증했지만 최근 경기 침체, 고금리에 따른 자금 부족으로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