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경기 평택 LG디지털파크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전시실(사진). LG전자 공장을 축소한 모습의 시연장은 인공지능(AI)과 첨단 로봇 세상이었다. AI는 실시간으로 불량품을 걸러냈고, 로봇은 나사 조립부터 완제품 운반까지 거의 모든 공정을 도맡았다.

LG전자가 LG 계열사에만 내준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외부 기업에도 팔기로 했다. 전 세계 60여 곳에 공장을 지으며 쌓은 ‘똑똑한 공장 구축’ 노하우를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로 한 것이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스마트팩토리를 조(兆) 단위 매출을 내는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초 전담 조직 신설

LG전자 "스마트팩토리도 새 먹거리…兆단위 매출 자신"
LG전자는 이날 평택 디지털파크에서 AI와 디지털전환(DX)을 접목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기술과 로드맵을 공개했다. LG전자는 올초 70여 명 규모의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스마트팩토리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정대화 LG전자 생산기술원장(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조 단위 매출에 더해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LG전자가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인건비 증가, 인구 감소 등으로 사람 없이 일하는 스마트 공장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송시용 스마트팩토리담당 상무는 “사업 시작 6개월 만에 2000억원 규모의 일감을 따냈다”며 “북미에 공장을 짓는 기업을 중심으로 문의가 밀려들고 있다”고 했다.

사업은 LG그룹 계열사의 생산·제조 경쟁력 강화를 담당해온 생산기술원이 주도한다. 생산기술원이 최근 10년간 구축한 제조·생산 데이터는 770TB(테라바이트·1024기가바이트), 관련 특허는 1000건이 넘는다.

송 상무는 “LG전자는 공장 기획부터 설계, 구축, 운영에 이르기까지 제조 전 과정에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요 고객사는 2차전지·자동차부품, 물류업체 등이다. 향후 반도체, 바이오, 음식료 등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세계가 인정하는 기술력

LG전자의 스마트팩토리 기술력은 이미 세계에서 인정받았다. LG전자의 경남 창원과 미국 테네시 공장이 세계경제포럼(WEF)이 지정하는 ‘등대 공장’에 등재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등대공장은 밤하늘에 등대가 길을 안내하듯 제조업 미래를 이끄는 혁신적 공장으로, 전 세계에 153곳뿐이다.

LG전자 스마트팩토리의 핵심은 AI와 디지털 기술이다. 이를 통해 생산성을 깎아먹는 찰나의 지연이나 미세한 오차를 잡는다. 예컨대 LG전자는 창원 공장에서 13초마다 한 대씩 냉장고를 만드는데, 10분 지연은 50대 생산 차질로 이어진다. 이는 1억원(냉장고 한 대 가격 200만원 가정)의 손실로 귀결된다.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한 뒤 창원공장 생산성은 17% 올랐고 에너지 효율은 30% 상승했다”며 “불량으로 인한 품질 비용은 70% 줄었다”고 했다.

LG전자는 스마트팩토리를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의 핵심 축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는 시장이어서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팩토리 시장은 지난해 1421억달러(약 196조원)에서 2030년 2685억달러(약 37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B2B 매출 비중을 40%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해 ‘2030 미래비전’ 발표를 통해 3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B2B 역량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

평택=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