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에게 “바라카 원전을 보고 판단해달라”며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체코 정부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1주일 앞둔 시점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 워싱턴DC에서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이를 세일즈 외교의 장으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당시 양자 정상회담은 20분씩 이뤄졌는데, 윤 대통령은 원전 이슈를 회담 초반부에는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파벨 대통령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윤 대통령은 회담 종료를 5분 앞두고 관련 발언을 했고, 2009년 한국이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성과를 집중적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여권 인사들은 파벨 대통령이 17일 신규 원전 사업자를 선정하는 내각 회의에 참석해 윤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을 것이고, 회의 결과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내각 회의를 주재하는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를 설득하기 위해 비밀리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체코에 특사로 보내기도 했다. 안 장관은 ‘원전 협력에 그치지 않고 산업 협력을 확대하자’는 제안이 담긴 윤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런 정부의 노력에도 체코는 이웃 국가인 프랑스를 의식해 마지막까지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18일 “우리 원전산업이 전반적으로 고사 직전에 몰렸는데 이제 탈원전 정책을 극복하고 세계적 추세에 따라 다시 원전산업을 회복하면 우리 산업과 지역 전체가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