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400㎜ 내릴 때도 이상 없었는데 이게 무슨 난리"
논밭 둑도 곳곳 유실…"비 더 온다는데 걱정" 극한호우에 촉각
[르포] "흥천대교 통행차단은 처음 봐"…가슴 쓸어내린 여주 주민들
"17년을 여주에서 살았는데 (수위가 올라) 흥천대교 통행이 차단된 건 처음 봤어요.

점심때 비가 막 쏟아지는데 집 앞 마당에 물이 순식간에 차올라 겁이 나더라구요.

"
수도권 집중호우로 18일 오후 한때 차량 통행이 차단된 경기 여주시 흥천면 흥천대교 일대 마을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오후 3시 30분 흥천대교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19일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더 내린다는 기상청 예보에 비가 무사히 그치기를 바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1999년 8월 개설된 왕복 2차선 흥천대교를 가로질러 흐르는 복하천에는 장대비가 계속 내리면서 유입량이 늘어 다리 수위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다.

이천시 부발읍 등 상류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강물 유입량이 늘고 이 다리의 통행까지 제한되자 흥천대교 주변을 지나는 주민들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주시는 수도권 집중호우로 남한강의 수위가 상승하자 이날 오후 1시 5분 흥천면 흥천대교와 흥천교의 통행을 차단했다.

흥천대교 수위가 홍수주의보 발령 기준수위(4.20m)에 육박해 선제적으로 내린 예방 조치인데 통행을 차단한 지 15분 만에 수위가 홍수주의보 발령 기준을 넘겨 4.22m까지 차올랐다.

흥천대교 진출입로 인근 단독주택에서 사는 박모(46·여·흥천면 대담리) 씨는 "점심 무렵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데 배수가 잘되는 아스팔트 마당에 물이 차올라 찰랑거릴 정도였다"며 "2년 전 며칠간 400㎜ 넘게 비가 왔을 때도 통제되지 않은 흥천대교가 오늘 비가 내린 지 몇시간 만에 통제돼 놀랐다.

앞으로 얼마나 비가 더 온다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흥천대교 진출입로 양측 강변을 따라 조성된 주민 산책로는 흙탕물에 잠겨 차단막이 처져 차단된 상태였다.

[르포] "흥천대교 통행차단은 처음 봐"…가슴 쓸어내린 여주 주민들
인근 흥천면 다대리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 이복재(61) 씨는 밭 옆에 있는 배수로(폭 2.5m) 축대 중 7~8m 구간이 유실돼 대추나무와 옥수숫대 몇그루가 쓸려갔다며 많은 비가 내릴 경우 2차 피해를 우려했다.

그는 "오늘처럼 굵은 비가 짧은 시간에 내리면 배수로 축대, 농지 둑이 유실돼 인근 농지가 잠길 수 있다"며 "당분간 계속 비 예보가 있던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여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비 예보에 따라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시는 흥천대교 수위가 내려가자 오후 1시 33분과 1시 57분 이들 두 곳의 통행 차단을 차례로 해제했다.

여주시에 따르면 여주에는 이날 0시부터 오후 4시까지 140.6㎜의 비가 내렸다.

흥천대교 수위는 오후 4시 현재 3.72m다.

흥천면에는 이날 오전 9~10시에 시간당 최대 38㎜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르포] "흥천대교 통행차단은 처음 봐"…가슴 쓸어내린 여주 주민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