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깬 슈퍼마켓 주인 저항하자 흉기로 살해…강탈 금액은 3~4만원"
7년전 만든 수배전단 본 제보가 결정적…경찰 "계획범행 여부 보강 수사"

16년 전인 2008년 경기 시흥의 한 슈퍼마켓에서 점주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40대가 현금을 훔치려다 들켜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취지로 범행동기에 대해 처음 자백했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18일 오전 이 사건 브리핑을 열고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한 A씨(40대 후반)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고 밝혔다.

16년 만에 잡힌 시흥 강도살인범 "금고 안 돈 보고 범행 결심"(종합)
A씨는 2008년 12월 9일 오전 4시께 시흥시 정왕동의 한 슈퍼마켓에 침입해 점주 B(당시 40대) 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경찰에 한 진술에 따르면 돈이 궁했던 그는 범행 이틀 전인 같은 달 7일 새벽 당시 임시로 거주하던 집 근처 슈퍼마켓에 들렀다가 깊이 잠이 든 B씨가 불러도 잘 일어나지 못하자 금고에 있던 현금을 보고 절도 범행을 결심했다.

A씨는 사건 당일 평소 낚시를 다닐 때 쓰던 흉기를 가방에 넣고, 마스크를 착용한 뒤 B씨가 잠들었을 만한 시간대인 오전 4시께 슈퍼마켓에 침입해 금고를 열어 현금을 훔치려고 했다.

이때 잠에서 깬 B씨를 본 A씨는 "돈만 가져갈 테니 가만히 있으라"고 했으나, B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저항하자 가지고 있던 흉기로 B씨를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A씨가 강탈한 금액은 3~4만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 돈마저도 혈흔이 묻어 쓰지 못하고 도주 중 버렸다고 한다.

이 같은 A씨의 진술과 관련, 경찰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는지 등 사건 경위 전반에 대해 CCTV 분석 등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자백 외에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이어서 남은 구속 기간 보강 조사가 중요하다.

다만 경찰은 A씨의 혐의를 입증할 정황 증거는 많다고 전했다.

A씨는 범행 후 주거지로 돌아가 혈흔이 묻은 옷을 갈아입고, 자신의 차로 대전과 진주를 거쳐 마산 본가로 이동해 은둔했다고 진술했다.

또 범행도구인 흉기는 대전의 고속도로에 유기했으며, 옷가지는 진주에서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했다.

이 사건은 2017년 제작한 수배 전단을 본 제보자가 올해 2월 경찰에 신고하면서 밝혀지게 됐다.

16년 만에 잡힌 시흥 강도살인범 "금고 안 돈 보고 범행 결심"(종합)
경찰은 제보가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해 5개월여 만에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선정했다.

제보의 구체적인 내용은 대상자 보호 차원에서 밝힐 수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사건 현장의 CCTV와 A씨의 연도별 사진을 확보, 영상분석 전문업체에 의뢰해 두 사람이 동일인일 가능성이 92% 이상이라는 결과를 회신했다.

이어 A씨의 금융거래 내용과 통화 내용을 분석해 그의 주 생활 근거지가 경남지역이지만, 과거 사건 발생지인 시흥시와 주변 도시에서도 생활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14일 오후 7시 53분 경남지역의 집에서 나오던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지난 3차례의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등 혐의를 부인했으나, 검거 사흘 만인 지난 17일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눈물을 흘리며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사죄한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보를 토대로 당시 수사 기록과 현장 CCTV 영상 분석, 참고인으로부터 중요한 진술을 확보하는 등 심도 있는 수사를 진행해 16년이 지난 미제사건의 범인을 검거했다"며 "유명을 달리한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조금이나 위로가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6년 만에 잡힌 시흥 강도살인범 "금고 안 돈 보고 범행 결심"(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