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는지를 둘러싸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수요층이 실수요자 위주로 한정돼 있고 공급 물량도 충분하다는 게 정부 시각이다. 이와 달리 현장에선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수)가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시장 상황 대처에 안일한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갭투기 등 시장 과열신호" vs "실수요 매수에 공급물량 충분"
국토교통부는 지난 18일 열린 ‘제7회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전세사기 여파에 따른 아파트 쏠림 현상과 금리 인하 기대, 공급 불안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실수요자가 매수에 참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5월 기준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매 비율과 갭투자 비율이 예년보다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과열기에 흔히 나타나는 투기 수요가 아직 제한적이란 얘기다. 오는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 수요가 점차 안정화될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하지만 한 부동산 전문가는 “5월은 상승장 초입이라 상경 투자와 갭투자 지표가 낮게 나왔지만 최근엔 갭투자 상담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등 지난달부터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반박했다. 5월까지만 해도 상급지 갈아타기,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등 실수요자 위주 장세가 펼쳐진 건 맞지만 최근엔 투자 수요도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전셋값과 분양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기존 아파트 매매가가 동반 상승할 것이란 믿음이 강한 데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도 투자 심리를 키운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수요 상황을 진단할 뿐만 아니라 공급이 충분한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올해와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예년보다 많고 서울과 가까운 3기 신도시에서 2029년까지 23만6000가구 청약이 대기하고 있어 공급이 부족하진 않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주택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사람은 인허가 규모가 급감하는 점에 주목한다. 단기 공급 물량이 적지 않다고 하더라도 3년 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공사비 갈등 등으로 공급 부족이 불 보듯 뻔해 무주택자의 ‘패닉 바잉(공포 매수)’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3기 신도시 용적률이 200%에 불과하고 녹지 비율이 30%를 넘는데, 용적률을 높이고 녹지를 줄여 아파트 공급 물량을 더 늘리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빌라와 오피스텔 시장을 활성화해 아파트 수요를 분산하는 게 확실하고 빠른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