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간이 지구를 지배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은 예지력
고대 그리스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신에게서 불을 훔쳐다 주면서 인간에게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능력을 선사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예지력’이란 뜻이다. 과거와 현재 너머 내일에 관해 생각하는 힘은 인간을 지구의 정복자로 만들었다.

<시간의 지배자>는 토머스 서든도프 호주 퀸즐랜드대 심리학과 교수와 그의 동료들이 쓴 인간의 예지력에 관한 책이다. 인간과 동물의 근본적인 격차가 예지력, 즉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밝힌다.

‘멘털 타임머신’ 능력은 인간 진화의 핵심 동력이었다. 인간은 정신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있었던 일을 한 번 더 경험하고,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없어도 미래를 상상한다. 미래를 자신이 계획한 대로 설계하며 기회와 위험을 사전에 대비하는 강력한 능력을 지녔다.

그 덕에 인간은 변덕스러운 지구에서 삶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달력과 시계의 발명은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체계적으로 관찰한 지식을 대물림할 수 있게 했다. 문자와 글의 발명은 사람들 사이의 거래를 강화하고 낯선 이들 간 높은 신뢰와 협력을 가능하게 했다.

저자는 인간의 예지력을 예찬만 하지 않는다. 인간 스스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만한 능력이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 애써야 한다고 말한다. 역설적이지만 앞을 내다보는 능력은 이런 예지력의 한계를 깨는 데서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예지력은 자주 실패한다. 실패한 예지력은 종종 인류에게 재앙을 초래했다. 자동차 엔진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가솔린에 납을 섞은 유연휘발유를 개발한 발명가 토머스 미즐리 주니어는 자신이 세계 최악의 오염 물질을 생산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미즐리는 자신이 냉장고에 도입한 염화불화탄소(CFC), 소위 프레온가스가 오존층 파괴의 주범이 될지도 몰랐다.

동물들도 만나면 반가워 서로 인사한다. 그런데 작별 인사를 나누는 것은 인간이 유일하다. 인간은 각자의 길이 언젠가 다시 교차할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작별 인사를 나눈다. 책은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지’ 과학적 통찰을 전한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확보하려면 예지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