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유럽 동네 책방이 살아남는 비결
영국과 프랑스 책방들을 한 달여간 둘러본 기행문이다.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저자인 한미화다. 그는 출판계 경력 31년의 출판 평론가다. 유럽 책방을 살펴보는 저자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영국 런던 세실 코트는 책방 거리다. 1800년대 후반부터 책방과 출판사가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가 단골이던 왓킨스 서점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국 국회의사당이 멀지 않은 시내인데도 작은 서점들이 살아남은 비결 가운데 하나는 건물주의 철학이다. 소유주인 세실 가문은 개성 있는 상점들이 자리 잡길 바라며 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임대료를 책정했다.

돈트북스 같은 사례도 있다. 런던 고급 주거지 메릴본에 있다. 임대료도 비싸다. 생존 비결은 큐레이션이다. 장르가 아니라 대륙·나라별로 책을 진열하는데 대표 문학 작품, 여행안내서, 그 나라의 역사와 사회, 문화를 잘 보여주는 책들을 엄선했다.

눈에 잘 띄는 매대에 책을 놓는 방식도 다르다. 돈트북스에는 광고 매대가 없다. 눈에 띄게 진열한 책은 모두 직원이 직접 읽고 추천하는 것이다. 설립 5년 만인 1995년 매출 14억원을 올렸고 2022년엔 130억원을 기록했다.

저자는 “책방의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 우리 책방의 앞날 역시 우리가, 나를 포함한 독자들이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