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박물관 오픈런' 일으킨 中 국보 1호 '청명상하도'의 비밀
중국 국보 1호는 무엇일까. 한국 숭례문처럼 장엄한 건물도, 일본 광륭사 목조미륵보살반가상과 같은 아름다운 불상도 아니다. 북송 시대(960~1127) 궁중 화원 장택단의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라는 그림이다. 2015년 베이징 고궁박물원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이 내달리면서 ‘고궁박물원 오픈런’이란 말까지 나왔다.

<청명상하도>는 256쪽에 걸쳐 이 그림을 낱낱이 뜯어본다. 그만한 분량을 할애할 만하다. 가로 528㎝, 세로 24.8㎝로 길게 뻗은 화폭에 등장인물만 800명이 넘는다. 화가는 최선을 다해 모든 사람을 저마다 다르게 그렸다. 저잣거리를 세밀하게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북송의 패망을 암시하는 상징들을 예리하게 숨긴 수수께끼 같은 작품이다.

책을 쓴 중국화 학자 톈위빈은 청명상하도를 두고 “보는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두루마리 형태로 돌돌 말린 청명상하도는 오른쪽에서 시작해 왼쪽으로 펼쳐진다. 소설이나 영화를 감상하듯 순서대로 읽어야 작가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책은 청명상하도에 얽힌 비밀을 완성도 높게 풀어낸다. 미적 가치 외에도 당대 사회상을 연결 지어 해석한 대목들이 “가장 세속적인 동시에 가장 위대한 중국화”라는 저자의 표현에 설득력을 더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