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기 국민은행 과장이 19일 국민은행 인천 신현동지점에서 지난 30년간 은행원으로서 활동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솔 기자
박옥기 국민은행 과장이 19일 국민은행 인천 신현동지점에서 지난 30년간 은행원으로서 활동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솔 기자
“고객 자산이 늘어나는 게 나의 성장이라고 생각하며 일했습니다. 그 덕분에 30년의 세월을 고객과 함께 크며 값지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박옥기 국민은행 인천 신현동지점 과장(59)은 은행장보다 나이가 많다. 그전에도 은행장·지점장보다 나이 많은 직원, 정년을 채운 은행원이 적지 않았지만 박 과장은 조금 남다르다.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지 않고 정년퇴직하는 은행 내 최초 직원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직원은 만 56세부터 임피제를 적용받는다. 임금이 깎이고 지원 업무로 배치되기도 하지만 박 과장은 2021년부터 임피제 적용을 다섯 번 유예하고 신현동지점 현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박 과장은 오는 9월 퇴직을 앞두고 있다.

19일 만난 박 과장은 “은행에서 일하는 시간을 인생에서 가장 값진 순간으로 여겼더니 ‘임피 유예 1호 정년퇴직자’ 타이틀을 달게 됐다”며 “그동안 열심히 일해 온 순간들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지나갔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이달 1일 국민은행 내 특별 승격 대상자로 단독 선정돼 과장으로 승진했다. 최고령 직원임에도 친절하고 일 처리가 빈틈없어 대출 업무 등에서 고객 지명도가 높고 성과가 우수한 점 등이 평가를 받았다.

우수 직원으로 정평이 난 박 과장에게도 부침은 있었다. 그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82년 한국주택은행에 입행했다. 하지만 22세 때 결혼하면서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은행을 떠났다. 10년 넘게 업계를 떠나 있던 중 옛 동료로부터 국민은행 시흥지점 계약직 자리를 권유받았다. 그는 은행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남편을 설득해 1998년 다시 은행원 유니폼을 입었다. ‘고객이 먼저’라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면서 2007년 고객 만족도 전국 1위를 기록해 국민은행 최고 표창인 ‘국은인상’을 받았고 2011년 정규직이 됐다.

30년 가까운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 뿌듯했던 순간으로는 ‘고객의 미소를 볼 때’를 꼽았다. 그는 “처음 입행한 스무 살부터 지금까지 고객의 이익을 항상 최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금융상품과 정책을 밤낮없이 공부했다”며 “치열한 공부 끝에 담당 고객을 위한 최적의 상품을 찾아 만족시킨 순간들이 가장 보람찼다”고 회상했다.

후배 은행원을 위해 조언해달라고 하자 박 과장은 “모든 동료를 직급에 상관없이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상 연장자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았다”며 “나이와 직급보다 동료의 업무 과정과 퍼포먼스 그 자체를 보고, 배울 점을 찾았다”고 답했다. 이어서 “자신과 동료의 업무를 존중하면서 최선을 다해 일하면 좋은 성과도, 좋은 인간관계도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