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면 왕좌를 놓고 농심과 삼양식품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주요 격전지는 북미 등 해외다.

세계적인 K푸드 열풍에 힘입어 올해 라면 수출액이 처음 1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두 회사는 해외 법인과 수출용 공장 설립을 앞다퉈 추진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양 훨훨, 농심 추격…K라면 '왕좌 경쟁'

○삼양, ‘영업이익 1위’도 꿰찰 듯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올해 매출 1조5798억원, 영업이익 3074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과 이익 모두 역대 최대다. 영업이익은 작년(1475억원)보다 108% 이상 많다.

전망대로라면 삼양식품은 시가총액에 이어 이익에서도 부동의 라면 대장주(株)였던 농심을 제친다. 지난 5월 농심 시가총액을 처음 추월한 삼양식품은 현재 격차를 2조원 이상으로 벌렸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마진이 높은 수출 물량을 늘리는 데 집중해 매출과 이익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고 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라면 수출액은 5억9020만달러로, 전년 동기(4억4605만달러) 대비 32.3% 급증했다.

해외 매출 비중(올해 2분기 추정치 77%)이 높은 삼양식품은 북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전체 해외 매출에서 북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로, 중국(2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올해는 코스트코, 월마트 등 미국 대형 유통채널 입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의 미국 월마트 입점률은 80%(올해 1분기 기준)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연말까지 4700여 개 미국 월마트 전 점포에 불닭볶음면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경남 밀양에 2공장을 완공해 북미 등으로 가는 수출 물량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농심도 첫 수출 전용 공장 설립

농심은 대대적인 생산라인 증설을 통해 선두 탈환에 나선다. 농심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각각 3조5610억원, 2217억원으로 작년보다 4.4%, 4.5% 늘어날 전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농심은 삼양식품보다 라면 해외 매출 비중(지난해 약 44%)이 비교적 낮아 K라면 수출 호황 특수를 덜 누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농심은 오는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2공장 내 용기면 라인 증설을 앞두고 있다. 농심 미국 법인 전체 매출 중 용기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3%다. 신규 라인이 준공되면 미국 법인의 연간 라면 생산 능력은 8억 개에서 10억 개로 늘어난다. 국내에서도 첫 라면 수출 전용 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다. 수출항과 인접한 부산이 유력한 후보지다.

미국에 이어 유럽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농심은 지난달 프랑스 대형마트인 카르푸와 르클레르 250여 개 점포에 공식 입점했다. 올해 스웨덴과 덴마크 등 북유럽 시장으로 판매망을 확대하고, 내년 초엔 유럽 법인도 신설할 계획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