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육아퇴직'의 또 다른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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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재채용 조건 육아퇴직
저출산 해법과 직원 복지의 일환
인력 운용의 숨통도 트일 듯
고용 유연성 惡으로 간주하면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어려워
고용 유연성의 발전적 논의 필요
조미현 금융부 차장
저출산 해법과 직원 복지의 일환
인력 운용의 숨통도 트일 듯
고용 유연성 惡으로 간주하면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어려워
고용 유연성의 발전적 논의 필요
조미현 금융부 차장
![[토요칼럼] '육아퇴직'의 또 다른 가치](https://img.hankyung.com/photo/202407/07.35400741.1.jpg)
육아퇴직은 영·유아기 자녀를 둔 정규직 직원이 육아를 위해 퇴직한 경우 일정 기간 뒤 신규 경력직원으로 재채용하는 제도다. 법적으로 보장된 출산·육아휴직(2년)과 육아퇴직(3년)까지 합치면 총 5년간 육아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복직 시 그만두기 직전의 호봉과 인사평가 이력을 인정하기로 했다. 워킹대디나 워킹맘이 재취업에 대한 두려움 없이 마음 놓고 육아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다. 근속연수가 신입 직원과 동일하게 다시 시작되는 아쉬움은 있어도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과 비교하면 기꺼이 감수할 만한 기회비용일 것이다.
![[토요칼럼] '육아퇴직'의 또 다른 가치](https://img.hankyung.com/photo/202407/AA.37399848.1.jpg)
한국에서 정규직 남녀의 임금 격차가 큰 것도 고용 경직성의 부작용일 가능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정규직 근로자의 연령별 비중을 보면 여성은 30대(25.6%)가 가장 많다. 40대는 24.2%다. 여성이 결혼 적령기와 자녀의 영·유아기 즈음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지만, 이후 일터로 돌아오는 경우는 적다고 추측할 수 있다.
반면 남성은 30대(26.1%)보다 40대(28%)가 더 많다. 자연스럽게 연봉이 높은 4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남성이 61.5%로 여성(54.6%)을 앞선다. 남녀의 정규직 임금 격차가 큰 이유 중 하나다. 고위직에 여성이 적은 것도 고용 경직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직장으로의 복귀가 쉽지 않아 애초부터 고위직 여성의 인력 풀은 작을 수밖에 없어서다.
지금까지는 고용 유연성을 해고의 자유로만 좁게 보는 탓에 발전적인 논의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앞으로는 근로자의 일할 자유와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생계의 필수 수단으로 무엇보다 우선시돼 온 노동이 이제는 다양한 시각과 가치로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경제적 손해를 무릅쓰고 육아퇴직을 선택한 남녀 은행원들처럼 말이다. 헤리티지재단 역시 보고서에서 고용 유연성을 ‘labor freedom(노동의 자유)’이라고 표현했다.
은행권의 육아퇴직 실험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제한적이긴 해도 퇴사와 재취업의 자유가 보장될 때 근로자의 삶이 얼마나 나아질 수 있을지 확인하는 귀한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