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20년 동안 써온 청자색 대신 짙은 갈색을 기내 인테리어의 새로운 ‘상징 색(色)’으로 쓴다. 첫 적용 대상은 다음주 대한항공이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보잉 B787-10의 좌석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앞두고 새로운 정체성 만들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대한항공이 승무원 유니폼을 비롯한 브랜드 로고 등에도 기존과 다른 새로운 색상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청자색 좌석 사라진다…대한항공, 아시아나와 통합 첫발

○비즈니스석 새 인테리어로 탈바꿈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B787-10의 인테리어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B787-10은 보잉 787시리즈의 가장 큰 모델로 ‘꿈의 항공기’로 불린다. 대한항공이 꾸민 인테리어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2004년부터 채택해온 청자색이 아니라 짙은 갈색을 36석 규모의 침대형 프레스티지석(비즈니스석)에 입힌 것이다. 일반석에도 청자색이 빠지고 붉은색과 푸른색이 겹겹이 섞였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도입하는 새 기종에도 똑같은 인테리어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 인테리어는 외부 도장과 다르게 한 번 설치하면 변경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대한항공이 고유 색상을 바꾼 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작업이 사실상 시작됐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자그마한 항공사를 흡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당한 규모를 갖춘 아시아나와 한 몸이 되는 만큼 ‘새로운 출발’이란 의미를 브랜드 이미지에 담아야 할 필요성이 생겨서다. 대한항공은 연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2년 안에 하나로 합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통합에 앞서 중복 노선 정리와 인력 재배치는 물론 항공 마일리지 통합 계획도 실무적으로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단 현대화로 세계 10위 항공사 도약

이번에 들여오는 B787-10은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이 2019년 프랑스 파리 에어쇼에서 직접 주문한 기종이다. 대한항공은 이 기종 20대를 비롯해 에어버스의 최첨단 중대형 항공기인 A350 33대, A321 네오 50대, B787-9 10대, B737-8 30대 등 총 143대 신형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새 기종 도입에 목돈을 투입하는 건 합병 후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여객기는 3월 말 기준 각각 137대, 70대다. 합병 후 노후 항공기를 제외한 나머지는 이번에 도입한 인테리어로 교체할 가능성이 크다.

B787-10은 동체 길이가 기존 B787-9보다 5m가량 더 커진 68m로 승객과 화물을 15% 더 수송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B787-10 좌석을 B787-9(269~278석)보다 50석가량 늘어난 325석으로 구성했다. 대한항공은 이 항공기를 일본 노선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2021년 B787-10을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인도 완료 시점이 2025년에서 2027년으로 연기됐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유럽연합(EU) 측 기업결합 승인 조건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무리하면서 통합 9부 능선을 넘었다. 남은 건 미국 하나다. 조 회장은 오는 10월께 미국 정부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기업결합 심사까지 통과하면 2020년 11월부터 시작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작업은 4년여 만에 마무리된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