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개인소비 둔화 등에 따른 것이다. 이르면 이달 기준금리를 올리려던 일본은행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내각부는 19일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대비 0.4%포인트 낮춘 0.9%로 제시했다. 도요타자동차 등 완성차 품질 인증 부정에 따른 생산 중단, 엔화 약세에 의한 물가 상승으로 개인소비 증가세가 둔화한 영향 등으로 분석된다.

소비자물가(신선식품 포함)는 전년보다 2.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전망치보다 0.3%포인트 올려 잡았다.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0.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종전 전망에선 1.2% 증가를 예상했는데 0.7%포인트 낮춰 잡았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일본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 16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업데이트에서 일본 경제가 올해 0.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4월 전망 때보다 0.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자동차 공급 차질, 민간 투자 둔화를 반영해 전망치를 낮췄다고 IMF는 설명했다.

일본은행도 이달 말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0.8%)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 경우 이르면 이달로 예상된 금리 인상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 축소 계획을 7월에 밝히기로 하면서 동시에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선 10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관측한다.

금리 인상 시기가 미뤄지면 엔저 장기화도 불가피하다. 일본 당국은 엔 매수, 달러 매도 개입으로 환율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5월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1조1283억달러로 전월(1조1503억달러)보다 220억달러 줄어들었다. 4월부터 2개월 연속 감소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역사적 엔저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본 경제가 안정적 성장 경로를 되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