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에 빠진 중국이 단기적인 경기 부양 대신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을 택했다. 중국은 성장 둔화와 미·중 경쟁 심화라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 그러나 급진적 변화보다 단계적 개혁을 통해 성장과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결정했다.

지난 15~18일 열린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중국 공산당은 ‘진일보한 전면 개혁 심화와 중국식 현대화 추진’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이 같은 경제 청사진을 밝혔다. 중국 경제 위기설의 진원지인 부동산 부채 문제에도 칼을 빼들기로 했다. 그러나 경제를 살리기 위한 실질적 자구안 마련은 미흡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9년까지 개혁 완성”

300개 개혁안 꺼냈지만…경제해법 못찾은 中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일 폐막한 3중전회에서 중국 정부는 자국 경제가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 측면에서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성장 둔화, 금융·부동산 시장 침체, 소비 부진이라는 내부 변수와 미·중 경쟁 심화, 유럽·일본을 비롯한 주요 무역 국가와의 관계 악화라는 외부 변수 등 이중고를 직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한원슈 중앙재정판공실 부주임은 이날 3중전회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현재 중국 경제가 회복세·개선세를 유지하고 있고 주요 거시 지표가 예상에 부합하지만 내수 부진, 일부 기업의 경영난, 일부 지방의 재정난 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부동산 발전 신모델 구축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과거 ‘고부채·고회전·고레버리지’ 모델의 폐단을 없애고 좋은 집을 만들어 실거주와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수요를 더 충족할 것”이라고 했다.

내수 진작과 관련해선 “자국 내 소비 동력과 신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내수 잠재력을 충분히 발굴하고 초대형 시장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경제가 질적으로 향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코로나19 봉쇄 해제 후 전기차·배터리 등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됐지만 내수가 좀체 살아나지 않는 불균형이 계속돼왔다. 심각한 부채난을 겪고 있는 지방정부에는 중앙에 집중된 세수·재정 권한을 일부 이양하겠다는 계획도 시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3중전회 키워드로 줄곧 예상된 신흥 산업 육성 방향 역시 재확인됐다. 한 부주임은 “신품질 생산력을 높이고 신흥 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해 미래 산업을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3중전회에서는 중국 ‘늑대전사(전랑) 외교’를 상징하는 인물인 친강 전 외교부 장관이 당 중앙위원에서 면직됐다.

○300개 제안에도 반응은 ‘시큰둥’

이번 3중전회에선 총 300개 이상의 개혁 조치 제안이 이뤄졌다. 당 중앙위원회는 ‘개혁’을 53회 언급하며 핵심 과제로 부각했다. 발전(43회), 현대화(37회), 메커니즘(28회), 중국식 현대화(22회) 등도 자주 거론됐다. SCMP는 “서구에서 개혁은 자유화를 의미하지만 중국에선 거버넌스 개선과 효율화를 뜻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이번 3중전회에서 ‘공동부유’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시진핑 2기’인 2021년 새로 조명받은 이 개념은 선부론(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뒤 이를 확산)의 한계를 넘어 경제 발전의 수혜를 전 국민이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 영향으로 알리바바 등 정보기술(IT) 산업이 타격을 받자 전술적으로 후퇴를 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3중전회 결과를 놓고 외신은 중국 정부가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성장 동력이 바닥 났다는 평가가 확산하는 와중에 미국 등 서방의 무역 제재와 대만해협 긴장 고조로 돌파구가 필요하지만 이에 관한 구체적인 대책이 빠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3중전회 개막일인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4.7%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5.1%)와 전월치(5.3%)를 모두 밑도는 수준이다. 같은 날 발표된 6월 중국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어나는 데 그쳐 5월치(3.7%)와 전망치(3.3%)를 크게 밑돌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주요 무역 국가와의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급진적 변화에 바탕을 둔 빠른 해결책이 아니라 2029년까지 5년간 완료할 광범위한 개혁 목표를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고 분석했다. 켄 청 미즈호은행 아시아 외환 수석전략가는 “성장을 키우는 확장적 정책이 보이지 않았다”며 “부동산시장과 관련해서도 안정을 위한 놀랄 만한 조치 대신 시장 위험을 예방하는 조치만 다뤘다”고 지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