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든 해고’ 부르짖는 대의원들 >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을 해고하라’는 팻말을 든 한 대의원이 주먹을 들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연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바이든 해고’ 부르짖는 대의원들 >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을 해고하라’는 팻말을 든 한 대의원이 주먹을 들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연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수락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잘 지낼 것”이라며 미·북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을 내비쳤다. 2018~2019년 이미 세 차례 김정은과 회담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기 행정부에서 북한과 빠르게 북핵 협상을 전개해 성과를 과시하려고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반대급부로 ‘유엔 제재 해제’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할 수 있어 한국 안보에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2기에서 미·북 회담 가능성 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그는 “많은 핵무기를 가진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언론에서) 말하지만, 나는 그들과 잘 지냈으며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와 잘 지낼 것이고 그(김정은) 역시 내가 돌아오기를 바랄 것이고, 나를 그리워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고 동아시아에서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을 겪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자신은 전쟁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재집권 시 김정은과의 직접 외교를 재개할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 김정은과 세 차례 만났다.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성과를 끌어내지 못했지만 이후에도 김정은과 친서를 주고받으며 개인적 친분을 유지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실패를 강조하는 트럼프 입장에선 자신이 대통령이 됐을 때 김정은, 블라디미르 푸틴과 같은 ‘스트롱맨’을 잘 다루는 점을 과시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1기 때와 달리 김정은이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의 협상에 쉽게 응해줄 가능성은 작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입장에선 이전 ‘하노이 노딜’의 충격이 남아 있어 미국이 구체적 인센티브를 제시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최악의 경우 미·북 회담에서 트럼프가 현재 북한의 핵무기를 묵인하고 추가 개발을 막는 ‘핵동결’을 요구하면 김정은이 미국에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 연합훈련 취소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위비 협상서 북한을 카드로 쓸 수도”

미·북 회담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성사되면 북·러 군사 밀착에 맞서 미국과 협력해야 하는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미·북 회담으로 러시아 및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면 한국에 상대적 압박이 된다”며 “미국이 향후 한국과 주한미군 감축, 방위비 분담 문제를 다루면서 북한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 정부가 진행 중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트럼프 2기 출범 시 원점에서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 때 한국에 종전 대비 5~6배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다.

재집권 시 미 국무장관이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주한미군 주둔 비용 협상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가 1기 때 말했듯 (미국의) 안보 지원으로부터 혜택을 받는 나라들은 자기 역할을 하고 부담을 공유해야 한다”며 “그것은 전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현/김종우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