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외교협회(CFR)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이 한국 간첩 혐의로 미국 검찰에 기소된 사건을 놓고 정치권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기강이 무너진 게 원인이라고 주장한 반면, 야당은 윤석열 정부 때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인물이라고 반박했다.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19일 논평에서 “미 검찰의 수미 테리 기소는 문재인 정부 국정원의 역량 약화와 한미 동맹 균열의 여파임이 명확해지고 있다”며 “‘전 정부 탓하기’가 아니다. 과거를 정확히 파악하고 현재를 개선해 미래를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보당국이 수미 테리에 대한 증거를 집중 수집한 시기가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9년~2021년이라는 설명이다.

호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 정권에 일방적으로 매달리고, 중국을 방문해 ‘대국의 꿈에 함께 하겠다’고 발언한 뒤 한미 간 신뢰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던 시기”라며 “테리에게 명품 핸드백을 사주다 사진 찍힌 국정원 요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종전선언을 위해 무리한 대미 외교를 벌이던 서훈 국정원장 라인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수미 테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다 빚어진 사태라고 주장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발탁해 윤석열 정부까지 활동한 인물이고, 윤석열 정부가 긴밀하게 활용한 것”이라며 “이 사건을 문재인·윤석열 정부로 갈라치기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 밝혔다.

고 최고위원은 수미 테리가 2022년 8월 윤석열 정권 출범 100일을 맞아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윤 대통령 외교 정책의 힘찬 출발’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던 점을 예로 들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기소장에 적시된 혐의는) 박근혜 정부 때 8개, 문재인 정부 때 12개, 윤석열 정부 때 20개”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뉴욕 남부지검은 지난 16일 미국 정부에 신고하지 않은 채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한 혐의로 수미 테리를 기소했다. 대통령실은 “문재인 정권 때 일어난 일”이라며 관련자에 대한 감찰 및 문책을 시사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