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 대회부터 올림픽에 도전…5회 연속 본선 진출
'요트 본산' 유럽과 경쟁 이겨내야…올림픽 치를 때마다 순위 상승
[올림픽] 태극전사가 간다 ⑳ 요트 하지민
하지민(해운대구청)은 한국 요트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다.

전·현직을 통틀어도 하지민만큼 성과를 낸 선수가 없다.

하지민은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에 이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아시안게임 3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3연패의 대업을 달성한 하지민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도 명실상부 정상급 요트 선수로 통한다.

1인승 딩기요트(엔진과 선실을 갖추지 않고 바람의 힘으로 항해하는 배)를 타는 하지민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쉽게 금메달 대신 은메달을 수확하며 4연패는 이루지 못했다.

싱가포르의 라이언 로에게 밀렸다.

요트는 경주 별로 순위에 따라 벌점을 부과한다.

1위는 1점, 2위는 2점을 받는 식이고 최종 경주에는 두 배를 부여한다.

로의 최종 벌점은 26점이었고, 하지민은 33점이었다.

초반 부진을 딛고 레이스 막판으로 가면서 경기력이 올라온 하지민은 마지막 메달 레이스에서 역전을 노리려 했다.

그러나 경기장 일대에 바람이 너무 불지 않아 최종 경주가 취소되는 돌발 사태가 발생해 대역전극의 꿈도 접어야 했다.

당시 은메달을 수확한 후 그는 연합뉴스에 "4연패 같은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며 "요트 종목 선수는 집을 떠나있는 일이 많은데, 가정을 지킬 시기가 됐다"고 덤덤하게 소감을 밝혔다.
[올림픽] 태극전사가 간다 ⑳ 요트 하지민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국제대회보다는 가정과 육아에 집중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그러나 하지민은 결국 2024 파리 올림픽을 포기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 4월 프랑스 남부 도시 이에르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최종 예선 남자 레이저급 경기에서 기어코 우승하며 대회 본선 출전권을 따냈다.

하지민이 예선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면 한국 요트는 파리 올림픽에 한 명도 출전자를 내지 못할 뻔했다.

최전선에서 우리나라 요트의 자존심을 세워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을 터다.

하지만 이런 책임감을 배제하고도 올림픽은 하지민에게 포기할 수 없는 무대다.

하지민은 2008년부터 올림픽 무대에 도전해왔다.

1989년생인 그는 2008년 베이징 대회를 시작으로 2021년 열린 2020년 도쿄 대회까지 4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은 '베테랑 올림피언'이다.

최고 성적은 도쿄 올림픽 당시 기록한 7위였다.

한국 요트 선수가 올림픽에서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건 하지민이 최초다.

시상대에 선 적은 없지만 올림픽에서 하지민의 순위는 꾸준히 올랐다.

첫 대회인 베이징 올림픽에서 그는 28위였다.

2012 런던 대회는 24위, 2016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13위를 기록했다.

'16년 동안의 상승세'를 마음에 품고 메달을 노리는 하지민이지만 올림픽이 얼마나 어려운 대회인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요트의 본산은 15세기부터 대항해시대를 주도한 유럽이다.

요트 강호도 다 서양 국가들이다.

남자 레이저급 올림픽 랭킹 1∼10위에 포함된 아시아 선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하지민과 마지막까지 우승을 다툰 로(10위) 뿐이다.
[올림픽] 태극전사가 간다 ⑳ 요트 하지민
파리 올림픽 요트 경기는 프랑스 남부의 대표적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 열린다.

경기를 펼치는 장소 등이 일정한 타 종목과 달리 요트는 현지 기후에 적응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

각지의 바다 환경이 종잡을 수 없더라도 어떻게든 적응하는 게 요트 선수의 기본 자질이다.

파리 올림픽에서도 마르세유의 바다와 바람을 적절히 읽어내는 게 메달 획득의 관건이 된다.

유럽의 요트 강국들은 몇 년 전부터 올림픽을 목표로 마르세유에 자리 잡고 훈련해왔다.

하지민은 지난달 전지훈련을 통해 처음으로 마르세유의 바다를 경험했다.

하지민도 이 같은 '열세'는 인정한다.

하지만 메달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는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딴 직후 "요트는 결국 서양이 중심인 종목이다.

내가 그들과 경쟁에서 올라가야 흔히 말하는 '월드클래스'로 갈 수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지시간으로 이달 28일 시작하는 요트 종목 가운데 하지민이 출전하는 남자 레이저급은 8월 1일부터 6일간 11차례 레이스의 성적을 종합해 최종 승자를 가린다.

하지민은 이번 파리 대회를 통해 올림픽 5회 연속 진출자로도 기록됐다.

이로써 하지민은 이은철, 진종오(이상 사격), 윤경신(남자 핸드볼), 오성옥(여자 핸드볼·이상 5회 연속 출전) 등 종목별 전설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