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경고등] '황금그물의 섬 추자도' 어디로…15년 새 인구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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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재학생 565명 신양국민학교→현재 재학생 1명뿐인 신양분교장
가임여성 인구 0.9%, 0∼9세 0.2% 불과한 소멸 고위험 지역
핵심 산업 '참조기 어선' 이탈…제주도 지원책 효과 미지수 15일 아침 제주시 추자면 신양리 신양분교 운동장은 고요했다.
기다란 단층 건물 오른편에 2층 건물이 증축된 것 같은 학교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교실은 대충 10개쯤 되어 보였다.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치는 행복한 학교'라고 적힌 현판 아래 연구실에서 이 학교의 유일한 교사인 이정래 선생은 현재 재학생이 4학년 여학생 1명뿐이라고 말했다.
이 여학생은 원래 하추자도 신양리 출신이지만 또래 학생들과 어울리기 위해 다리로 연결된 상추자도에 있는 추자초에 진학했다.
하지만 휴교 위기에 놓인 신양분교의 사정을 고려해 다시 분교로 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양분교 재학생 한 명이 졸업하면서 학생이 없어 휴교 위기에 처하자 이 학생이 '억지로' 옮겨와 다시 분교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이 선생은 "작년에 새로 부임한 마을 교회 목사의 딸이 전학을 왔으나 지난주에 목사가 다른 곳으로 부임하면서 그 6학년 학생이 전학을 갔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원래 신양국민학교(초등학교)로 설립됐고, 학생 수가 가장 많았던 1969년 재학생은 565명에 달했다.
그러나 해마다 재학생이 줄면서 1999년 추자초 분교장으로 격하됐다.
제주도의 부속 섬 가운데 두 번째로 큰 섬인 추자도에는 상추자도에 추자초, 하추자도에 신양분교장과 추자중학교 등 3개의 학교가 있다.
세 학교 모두 상황은 비슷하다.
추자초 학생 수는 2004년 107명에서 올해 23명으로 줄었다.
추자중 학생 수는 48명에서 23명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학생 수가 줄어든 것은 상주인구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현재 파악되는 기록상 추자도 인구는 1968년 6천771명이었으나 해마다 줄면서 1982년 5천982명으로 감소했고, 1990년 4천900명으로 주저앉았다.
다음 해인 1991년 3천883명으로 1년 새 1천명 이상 급감했고, 2008년 3천8명으로 3천명 시대를 마감했다.
그로부터 15년 뒤인 지난해에는 1천573명으로 또다시 절반이나 줄었다.
추자도의 인구 감소 역시 일자리를 찾거나 교육과 의료 문제 등을 이유로 인구가 도시로만 집중된 한국 현대사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한때 '황금그물의 섬'으로 불리던 추자도의 인구가 계속해서 감소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참조기 어선들의 다른 지역으로의 이탈을 꼽을 수 있다.
농업과 축산업이 전무하고 수산업이 유일한 산업인 추자도에서는 참조기를 잡는 유자망(흘림걸그물) 어선 세력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고, 추자도 경제의 마지막 기둥이었다.
추자도가 '참굴비·섬체험 특구'로 지정된 2009년 추자 선적의 유자망 어선은 60척이었다.
당시 국내 참조기 어획량의 40∼50%를 추자 선적 유자망 어선이 잡아 올렸다.
그러나 이들 어선 중 35척이 선적지를 제주시 한림으로 옮겼다.
나머지 25척이 아직 추자 선적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어선이 실제 위판은 한림항에서 하고 있다.
참조기를 그물에서 떼어내려면 일시에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추자도보다는 한림읍이 훨씬 인력을 구하기도 쉽고, 한림수협의 여신 규모 등이 아주 높았기 때문이다.
참조기 조업의 수익성 축소로 인한 조업 품목 다변화와 선주 및 선장 등의 자녀 교육 문제, 외국인 선원들의 생활 문제 등도 큰 이유가 됐다.
고학남 제주보건소 추자보건지소 팀장은 "추자도는 수산업이 유일한 기반 산업인데 그 가운데 핵심인 어선업 기반이 한림으로 이전하다 보니 인구가 많이 빠졌다"고 분석했다.
고 팀장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 없어지면서 인구 유입 요인이 완전히 사라지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이유가 없는 노인들만 남아 있다가 돌아가시면서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추자도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626명으로 전체 인구의 39.8%를 차지한다.
60세 이상 인구는 46.5%로 절반에 육박한다.
반면 10∼24세 청소년 인구는 0.7%인 125명, 0∼9세 어린이 인구는 0.2%인 40명에 불과하다.
특히 임신이 가능한 14∼49세 가임여성 인구는 1%도 안 되는 157명뿐이다.
10세 이하 주민 수를 보면 10세 7명, 9세 6명, 8세 4명, 7세 5명, 6세 2명, 5세 7명, 4세 6명, 3세 3명, 2세 4명, 1세 1명 등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작년 기준 추자도의 소멸위험지수는 0.16으로 소멸 고위험 지역이다.
소멸위험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것으로, 0.2 미만이면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소멸 위험은 저위험, 위험 보통, 위험 주의, 위험, 고위험 등 5단계로 구분한다.
제주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제주도는 소멸 위험 주의 지역에 해당하지만, 추자도는 소멸 고위험 지역인 것이다.
오영수 추자도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은 "추자도 근해 참조기 조업이 쇠퇴하고 다른 어종들 조업 구역도 추자도와 멀리 떨어진 곳에 형성되면서 많은 어선이 한림으로 옮겨가자 일자리도 없어지고 인구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농어촌을 살리기 위한 지원책이 많이 있지만 귀농과 귀어는 다른 부분이 많다"며 "정부가 섬으로의 귀어를 활성화하기 위한 획기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주도는 현재 추자 보물섬 실크로드 조성사업, 추자 보물섬 웰니스 광장조성 사업 등 도서종합개발사업을 비롯해 추자 인도교 및 수변공원 시설 사업, 추자도 마을별 관광안내도 제작 설치, 봉골레산 산책로 조성, 올레길 탐방로 정비사업, 해수욕장 시설물 보수 및 편의시설 유지 관리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 이 같은 정책이 추자도의 인구 감소를 붙잡아 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합뉴스
가임여성 인구 0.9%, 0∼9세 0.2% 불과한 소멸 고위험 지역
핵심 산업 '참조기 어선' 이탈…제주도 지원책 효과 미지수 15일 아침 제주시 추자면 신양리 신양분교 운동장은 고요했다.
기다란 단층 건물 오른편에 2층 건물이 증축된 것 같은 학교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교실은 대충 10개쯤 되어 보였다.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치는 행복한 학교'라고 적힌 현판 아래 연구실에서 이 학교의 유일한 교사인 이정래 선생은 현재 재학생이 4학년 여학생 1명뿐이라고 말했다.
이 여학생은 원래 하추자도 신양리 출신이지만 또래 학생들과 어울리기 위해 다리로 연결된 상추자도에 있는 추자초에 진학했다.
하지만 휴교 위기에 놓인 신양분교의 사정을 고려해 다시 분교로 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양분교 재학생 한 명이 졸업하면서 학생이 없어 휴교 위기에 처하자 이 학생이 '억지로' 옮겨와 다시 분교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이 선생은 "작년에 새로 부임한 마을 교회 목사의 딸이 전학을 왔으나 지난주에 목사가 다른 곳으로 부임하면서 그 6학년 학생이 전학을 갔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원래 신양국민학교(초등학교)로 설립됐고, 학생 수가 가장 많았던 1969년 재학생은 565명에 달했다.
그러나 해마다 재학생이 줄면서 1999년 추자초 분교장으로 격하됐다.
제주도의 부속 섬 가운데 두 번째로 큰 섬인 추자도에는 상추자도에 추자초, 하추자도에 신양분교장과 추자중학교 등 3개의 학교가 있다.
세 학교 모두 상황은 비슷하다.
추자초 학생 수는 2004년 107명에서 올해 23명으로 줄었다.
추자중 학생 수는 48명에서 23명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학생 수가 줄어든 것은 상주인구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현재 파악되는 기록상 추자도 인구는 1968년 6천771명이었으나 해마다 줄면서 1982년 5천982명으로 감소했고, 1990년 4천900명으로 주저앉았다.
다음 해인 1991년 3천883명으로 1년 새 1천명 이상 급감했고, 2008년 3천8명으로 3천명 시대를 마감했다.
그로부터 15년 뒤인 지난해에는 1천573명으로 또다시 절반이나 줄었다.
추자도의 인구 감소 역시 일자리를 찾거나 교육과 의료 문제 등을 이유로 인구가 도시로만 집중된 한국 현대사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한때 '황금그물의 섬'으로 불리던 추자도의 인구가 계속해서 감소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참조기 어선들의 다른 지역으로의 이탈을 꼽을 수 있다.
농업과 축산업이 전무하고 수산업이 유일한 산업인 추자도에서는 참조기를 잡는 유자망(흘림걸그물) 어선 세력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고, 추자도 경제의 마지막 기둥이었다.
추자도가 '참굴비·섬체험 특구'로 지정된 2009년 추자 선적의 유자망 어선은 60척이었다.
당시 국내 참조기 어획량의 40∼50%를 추자 선적 유자망 어선이 잡아 올렸다.
그러나 이들 어선 중 35척이 선적지를 제주시 한림으로 옮겼다.
나머지 25척이 아직 추자 선적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어선이 실제 위판은 한림항에서 하고 있다.
참조기를 그물에서 떼어내려면 일시에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추자도보다는 한림읍이 훨씬 인력을 구하기도 쉽고, 한림수협의 여신 규모 등이 아주 높았기 때문이다.
참조기 조업의 수익성 축소로 인한 조업 품목 다변화와 선주 및 선장 등의 자녀 교육 문제, 외국인 선원들의 생활 문제 등도 큰 이유가 됐다.
고학남 제주보건소 추자보건지소 팀장은 "추자도는 수산업이 유일한 기반 산업인데 그 가운데 핵심인 어선업 기반이 한림으로 이전하다 보니 인구가 많이 빠졌다"고 분석했다.
고 팀장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 없어지면서 인구 유입 요인이 완전히 사라지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이유가 없는 노인들만 남아 있다가 돌아가시면서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추자도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626명으로 전체 인구의 39.8%를 차지한다.
60세 이상 인구는 46.5%로 절반에 육박한다.
반면 10∼24세 청소년 인구는 0.7%인 125명, 0∼9세 어린이 인구는 0.2%인 40명에 불과하다.
특히 임신이 가능한 14∼49세 가임여성 인구는 1%도 안 되는 157명뿐이다.
10세 이하 주민 수를 보면 10세 7명, 9세 6명, 8세 4명, 7세 5명, 6세 2명, 5세 7명, 4세 6명, 3세 3명, 2세 4명, 1세 1명 등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작년 기준 추자도의 소멸위험지수는 0.16으로 소멸 고위험 지역이다.
소멸위험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것으로, 0.2 미만이면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소멸 위험은 저위험, 위험 보통, 위험 주의, 위험, 고위험 등 5단계로 구분한다.
제주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제주도는 소멸 위험 주의 지역에 해당하지만, 추자도는 소멸 고위험 지역인 것이다.
오영수 추자도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은 "추자도 근해 참조기 조업이 쇠퇴하고 다른 어종들 조업 구역도 추자도와 멀리 떨어진 곳에 형성되면서 많은 어선이 한림으로 옮겨가자 일자리도 없어지고 인구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농어촌을 살리기 위한 지원책이 많이 있지만 귀농과 귀어는 다른 부분이 많다"며 "정부가 섬으로의 귀어를 활성화하기 위한 획기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주도는 현재 추자 보물섬 실크로드 조성사업, 추자 보물섬 웰니스 광장조성 사업 등 도서종합개발사업을 비롯해 추자 인도교 및 수변공원 시설 사업, 추자도 마을별 관광안내도 제작 설치, 봉골레산 산책로 조성, 올레길 탐방로 정비사업, 해수욕장 시설물 보수 및 편의시설 유지 관리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 이 같은 정책이 추자도의 인구 감소를 붙잡아 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