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밀피타스 '그레이트몰'에 있는 한 매장에 기술 문제로 임시 휴업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밀피타스 '그레이트몰'에 있는 한 매장에 기술 문제로 임시 휴업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오늘은 못 들어갑니다. 다음주에 다시 방문하셔야 합니다.”

19일(현지시간) 오전 11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사회보장국(SSA) 앞은 여느 때와 달리 한산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려 하자 직원이 나와 “시스템이 다운돼서 업무를 중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무실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린 민 응우옌 씨(25)는 “이번주까지 처리해야 하는 행정 업무가 있는데 아예 불가능하게 돼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 전광판에 수많은 항공편이 지연 또는 결항됐다고 표시돼있다./ 사진=EPA
19일(현지시간)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 전광판에 수많은 항공편이 지연 또는 결항됐다고 표시돼있다./ 사진=EPA
마이크로소프트(MS)발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에 미국 전역이 멈춰섰다. 공공기관, 은행, 항공사, 식음료 프랜차이즈, 쇼핑몰 등 서비스가 먹통이 된 곳은 민·관을 가리지 않았다. 시민들은 서비스가 정상 작동하는 일부 가게로 몰리는가 하면, 먼 길을 되돌아가기도 했다.

일평균 7만명 방문 SSA 업무 전면중단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밀피타스 그레이트몰의 한 매장이 문을 닫고 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밀피타스 그레이트몰의 한 매장이 문을 닫고 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미국 전역에 1200여개의 사무소를 운영하고있는 SSA는 이날 “직원들이 온라인상에서 벌어진 광범위한 MS와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문제로 인해 영향을 받고 있다”며 “전국 SSA 사무소는 오는 22일에 다시 문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124개의 SSA 사무소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사무소를 제외하고 모든 사무소가 대면 업무는 물론 전화 업무까지 중단했다. 지난달 기준 SSA를 찾는 방문객은 일평균 7만명에 달한다.

타격을 입은 건 소매 매장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찾은 캘리포니아주 밀피타스에 위치한 실리콘밸리 일대 최대 쇼핑몰 ‘그레이트몰’에는 ‘나이키 팩토리스토어’, ‘딕스스포팅굿즈’ 등 문을 닫은 상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나이키 매장은 문을 닫은 채 “예상치 못한 기술적인 문제로 현재 매장 문을 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이 시일 내에 다시 문을 열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오픈 예정 시간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게시물을 붙였다.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의 경우 모바일 앱이 먹통이 됐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사이렌 오더’처럼 미리 모바일로 주문한 뒤 매장에서 음료만 찾는 게 불가능해지며 시내 스타벅스 매장은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산타클라라의 한 매장을 찾았던 고객은 “내가 지갑이 없는데 QR코드와 바코드 모두 스캔이 안 되는 것이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항공업계의 타격은 심각했다. 항공기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미국 서부 시간 오후 4시 기준 미국에서 출도착하는 1만525편이 지연됐다. 결항편도 2914편에 달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같은시간 4만974편이 지연되고 4580편이 결항했다. 서비스 장애를 겪은 항공사는 MS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스페인 아마데우스의 발권 시스템 ‘나비테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CEO '사과'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뉴어크국제공항의 한 전광판에 '블루스크린'이 떠있다./ 사진=REUTERS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뉴어크국제공항의 한 전광판에 '블루스크린'이 떠있다./ 사진=REUTERS
전날 시작된 전 세계적인 온라인 플랫폼 장애는 MS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안을 위해 적용한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업데이트 오류에서 시작됐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전 세계적으로 2만 개 이상 고객사를 두고 있는 미국 보안 업체다. 그런데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배포한 업데이트 패치가 MS의 윈도 운영체제(OS)와 충돌하며 MS 클라우드를 쓰는 플랫폼을 먹통으로 만들었다.

조지 커츠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고객들과 여행객들을 비롯해 이번 사태에 영향받은 모든 분들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일부 시스템은 자동으로 복구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정상화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며 조기 정상화가 어려울 수 있다고 시사했다.

MS도 사태 수습에 나섰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어제 업데이트를 발표했는데 그 과정에 전 세계 IT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MS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및 업계 전반과 긴밀히 협력해 고객이 안전하게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도록 기술 지침과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완전 정상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 공인 IT 기관 BCS의 애덤 레온 스미스 연구원은 “어떤 경우에는 (이런 오류가) 매우 빨리 해결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컴퓨터가 블루스크린과 무한 루프에 빠지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면 복구가 어려울 수 있고 복구에 수일 또는 몇 주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