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제공항·은행 등 시스템은 정상 운영
홍콩·외국계기업·글로벌 호텔체인 등은 영향 받아
디커플링의 역설?…"中 인프라, MS발 'IT 대란' 영향 안 받아"
전 세계를 덮친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발 '정보기술(IT) 대란'이 중국의 인프라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신문은 업계 소식통과 소셜미디어 게시물 등을 근거로 세계적인 MS발 'IT 대란'에도 불구하고 중국 항공사와 국제공항,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 등 중국의 주요 인프라는 중단 사태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공공 서비스는 대체로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MS의 중국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계정은 아무런 비상 공지도 띄우지 않았다.

MS는 신문의 코멘트 요청에도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미국의 IT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보안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 MS 운영체제 윈도와 충돌을 일으켜 MS 클라우드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발생했다.

컴퓨터 화면이 갑자기 파랗게 변하는 '죽음의 블루스크린'(BSOD·Blue Screen Of Death) 현상이 나타나고 주요 시스템이 멈춰서는 등 이번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도 중국이 이번 사태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던 데는 MS와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같은 외국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SCMP는 짚었다.

이는 미국의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에 맞서 중국이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추진해 온 결과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정부 부처와 주요 인프라 운영 주체를 대상으로 외국 하드웨어와 시스템을 국내 하드웨어와 시스템으로 교체하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을 감독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는 지난 2022년 9월 극비 문건을 통해 미국 등 해외 소프트웨어를 중국 업체 제품으로 교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는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와 제재를 강화하면서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이었다.

한 중국 정부 직원은 중국에서 이번 사태의 영향이 미미한 것과 관련, "중국이 안전하고 제어 가능한 컴퓨팅 시스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진전을 이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과 달리 홍콩은 항공편 운항과 탑승수속 서비스가 지연되거나 멈췄고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과 글로벌 호텔 체인 등은 이번 MS발 IT 대란을 비껴가지 못했다고 SCMP는 전했다.

상하이에 있는 외국계 회사의 한 직원은 "금요일(19일) 오후 사무실에서 컴퓨터 시스템이 충돌하기 시작했고 거의 모든 직원이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외국계 회사의 직원들도 "금요일 오후 1시께 블루 스크린을 경험했다"며 회사 웹사이트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훙수(小紅書)에는 중국 도시에 있는 쉐라톤, 메리어트, 하얏트 등 글로벌 체인 호텔에 체크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관광객들의 불평이 잇따르는가 하면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블루 스크린을 유발하는 MS발 'IT 대란'이 큰 화제가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