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비보이 필립 김, 한국 대표 김홍열과 '무제한 배틀' 하기도
1988년생 미국 비걸 서니 최, 체조 선수 출신·와튼 스쿨 등 이색 이력
[올림픽] 비보이·비걸 쟁쟁한 우승 후보들은 '한국계'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 종목의 메달을 딸 유력 후보로 한국계 비보이(남자 선수), 비걸(여자 선수)이 꼽힌다.

먼저 비보이 부문엔 캐나다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필립 김(Phil Wizard)이 있다.

필립 김은 1997년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다.

현 시점 세계댄스스포츠연맹(WDSF) 올림픽 퀄리피케이션 랭킹 1위다.

필립 김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브레이킹 배틀인 레드불 비씨원 월드파이널 2021에서 준우승하며 기량을 뽐내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서울에서 열린 WDS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명실상부한 세계 톱 비보이로 우뚝 섰다.
[올림픽] 비보이·비걸 쟁쟁한 우승 후보들은 '한국계'
지난해 9월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2위를 차지한 필립 김은 11월 열린 팬아메리칸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올림픽 직행 티켓을 따냈다.

필립 김은 강력한 파워무브(고난도 기술)를 바탕으로 스타일무브까지 적재적소에 섞는다.

전반적인 톱록, 다운록 등 레퍼토리 전반적으로 굉장한 속도감을 자랑한다.

무브마다 강한 에너지를 폭발시키고, 창의적인 움직임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금은 어눌하지만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도 큰 문제가 없어, 한국 브레이킹 선수들과 친분도 깊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서는 비보이 '전설' 김홍열(Hongten·도봉구청)과 2022년 10월 일대일 무제한 배틀을 벌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누구 하나 지쳐 쓰러질 때까지' 배틀을 펼친 둘은 휴식 없이 17라운드를 연속으로 이어갔고, 온몸이 땀으로 범벅된 필립 김이 수건을 던져 '항복'하면서 명배틀은 막이 내렸다.
[올림픽] 비보이·비걸 쟁쟁한 우승 후보들은 '한국계'
미국 대표로 올림픽에 참가해 비걸 부문 메달을 노리는 그레이스 선 최(Sunny·이하 서니 최)도 한국계다.

1988년생인 서니 최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을 나온 수재다.

유년 시절 체조 선수로 활동했지만 부상으로 운동을 접어야 했던 서니 최는 대학 1학년 때 동아리를 통해 브레이킹을 우연히 접한 뒤 지난 15년간 실력을 꾸준히 갈고닦았다.

기계체조와 비슷한 동작이 많아 그간의 답답함을 씻어낼 수 있었고,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방법으로 자기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브레이킹의 매력이었다.

2022년 WDS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수확한 서니 최는 레드불 비씨원 월드파이널에서는 준결승에 올라 기량을 뽐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에스티로더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부서 책임자로 일하던 '직장인' 서니 최는 올림픽 출전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 1월 회사도 그만뒀다.

훈련에 매진한 서니 최는 11월 열린 팬아메리칸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해 올림픽 직행에 성공했다.
[올림픽] 비보이·비걸 쟁쟁한 우승 후보들은 '한국계'
36살인 서니 최는 올림픽에서 자기보다 20살 가까이 어린 선수들과 경쟁해야 한다.

비걸 부문에는 17세 도미니카 바니에비치(Nicka·리투아니아)와 중국의 류칭이(671·18세)부터 1983년생으로 불혹을 훌쩍 넘긴 일본의 후쿠시마 아유미(Ayumi)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서니 최는 노련함에서 오는 여유 있는 무브를 기본으로 음악과 하나가 된 듯한 브레이킹을 선보인다.

투사우전드(한 손으로 물구나무를 서 축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축손의 손목을 잡은 뒤 빙빙 도는 기술), 헤드스핀(땅에 머리를 대고 정수리를 축으로 빙빙 회전하는 기술) 등 파워무브도 적재적소에 넣어 심판과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늘 유지하는 환하고 밝은 미소 역시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종목은 대회 막바지인 8월 9∼10일 열린다.

비보이, 비걸 각 16명의 선수는 4명씩 4개 조로 나뉘어 16강 라운드로빈을 치르고 각 조 1, 2위 안에 들면 8강 토너먼트에 오른다.

브레이킹이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는 빠진 만큼, 파리 올림픽이 '처음이자 마지막' 브레이킹 종목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배출되는 대회가 될 가능성도 높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