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프랑스 스타트업 연이어 인수…전자·의료기기에 AI 기술 접목
빨라진 '삼성 M&A' 시계…다음 타자도 AI로 향할까
삼성전자가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관련 회사의 인수·투자에 잇달아 나서면서 그동안 잠들었던 삼성의 인수합병(M&A)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다음 '빅딜'에 대한 관심도 한층 커진 상태다.

특히 AI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환경이 된 만큼 향후 삼성전자가 인수할 후보군 역시 AI와 연관된 회사 또는 AI 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는 분야일 것으로 점쳐진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 그래프' 기술을 보유한 영국 스타트업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OST) 인수 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 산하 삼성리서치(SR) 주도로 이뤄진 첫 M&A로, 이를 통해 온디바이스 AI와 결합해 차별화된 개인화 AI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지식 그래프는 관련 있는 정보를 서로 연결된 그래프 형태로 표현해 주는 기술이다.

데이터를 통합하고 연결해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빠른 정보 검색과 추론을 지원해 보다 정교하고 개인화된 AI를 구현할 수 있다.

이번 인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마띠유 아포테커(Mathieu Apotheker)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기획팀 상무는 지난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OST 인수는 완전히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결정"이라며 "OST의 지식 그래프로 (삼성전자) 기기와의 상호작용이 더욱 강력하고, 개인적이며 맥락에 맞게 이뤄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OST의 기술을 갤럭시 S24부터 강조한 온디바이스 AI와 결합해 민감한 개인 정보가 기기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면서도 초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모바일 제품뿐 아니라 TV와 가전 등 온디바이스 AI가 필요한 기기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빨라진 '삼성 M&A' 시계…다음 타자도 AI로 향할까
삼성전자의 AI 관련 기업 인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의 일환으로 의료·바이오 분야에도 AI를 접목시키고 나섰다.

지난 5월 삼성전자 자회사 삼성메디슨은 산부인과 초음파 진단 리포팅 기술을 갖춘 프랑스 AI 개발 스타트업 '소니오'(Sonio) 인수를 위한 주식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소니오를 인수해 유럽의 우수 AI 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향후 자사 의료용 AI 설루션에 소니오의 기술력을 더해 개선된 AI 기능을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에도 삼성전자는 미국 DNA 분석 장비 기업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기로 했다.

엘리먼트는 최근 2억7천700만달러(약 3천804억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했으며 여기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수 기업이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AI 역량,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 기술을 바탕으로 엘리먼트의 DNA 분석 기술을 접목해 의료기기에서 디지털 헬스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빨라진 '삼성 M&A' 시계…다음 타자도 AI로 향할까
이처럼 7년째 잠잠했던 삼성전자의 M&A 소식이 잇달아 전해지면서 시장 기대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대형 M&A는 지난 2017년 전장·오디오 회사 하만이 마지막이다.

하만은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길 정도로 삼성전자 내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물론 이번에 알려진 인수와 투자가 수조원대의 빅딜은 아니지만, 현재 주목받는 AI 기술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선 데다 가시적인 M&A 성과가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주주총회,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등 공식석상에서 'M&A 가능성'을 꾸준히 언급해온 만큼 이번 인수·투자를 시작으로 향후 굵직한 '한방'이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1월 열린 'CES 2024'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삼성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대형 M&A에 대한 계획은 올해 나올 것으로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형 M&A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삼성은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한 부회장은 지난 4월에도 "DA(생활가전), VD(영상디스플레이), 네트워크, 의료기기 사업부 등도 M&A를 하려고 많이 보고 있다"며 "(스타트업 인수나 투자와 달리) 큰 M&A의 경우 상대방과 거래 조건 조율 등으로 단시간에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A와 관련한 작업을 많이 진행은 하고 있는데 가다가 멈추고, 가다가 멈추고를 반복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우리가 (M&A와 관련해)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손을 떼지 않고 잘 진행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한편, 다음 삼성의 M&A 유력 후보로는 전장(차량용 전기·전자 장비), 로봇, 통신 관련 업체가 거론된다.

올해 초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자동차 전장업체인 독일 콘티넨탈의 전장사업 부문(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인포테인먼트 등), 상당 부분 지분을 갖고 있는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을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