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박세은이 선사한 '월드 클래스' 발레 무대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들의 갈라쇼…24일까지 4차례 공연

2년 만에 고국 무대에 오른 '월드 클래스' 발레리나 박세은의 발끝은 여전히 우아했다.

20일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 첫날 공연이 열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는 프랑스 파리오페라극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박세은을 비롯해 파리 오페라 발레단 소속 에투알(수석 무용수) 6명과 일반 무용수 4명(제1무용수 3명, 솔리스트 1명)이 선보인 9개의 레퍼토리는 발레를 처음 보는 관객마저도 넋을 잃게 할 정도로 강렬했다.

이번 공연의 주인공인 박세은은 '랩소디' 파드되(2인무)와 드라마 발레 '마농의 이야기' 1막 침실 파드되, 5인무 '정교함의 짜릿한 전율'을 선보였다.

제1무용수 제레미 루 퀘르와 함께 춘 '랩소디' 파드되는 영국과 러시아 스타일 발레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줬다.

제레미 루 퀘르가 끝없이 돌고 뛰는 러시아식 발레를 보여 주자, 박세은은 발끝으로 가볍고 빠르게 무대를 휘젓는 영국식 발레의 진수를 선보였다.

박세은의 우아함은 '마농의 이야기' 1막 침실 파드되에서 절정을 이뤘다.

에투알 폴 마르크와 함께 무대에 오른 박세은은 장난스러우면서도 성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춤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남성 무용수와 함께 격정적인 춤을 추던 박세은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랑에 빠진 소녀의 순수함을 표현해내자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마지막 무대인 '정교함의 짜릿한 전율'은 파리 오페라 발레단이 세계 최고의 발레단으로 불리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박세은과 발랑틴 콜라상트, 한나 오닐, 폴 마르크 등 4명의 에투알과 제1무용수 토마 도퀴르가 무대에 올랐다.

5명의 무용수는 '당스데꼴'(danse d'ecole)로 불리는 고전적인 발레 움직임을 아주 빠른 속도로 수행해냈다.

무려 560도의 회전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박세은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경외감마저 느껴진 무대였다.

박세은이 등장하지 않은 나머지 6개 레퍼토리도 기대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한나 오닐과 솔리스트 안토니오 콘포르티의 '카르멘' 침실 파드되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인상적이었다.

검은 코르셋 차림의 한나 오닐은 유독 길고 아름다운 다리로 박력 있는 춤사위를 선보였다.

또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첫 흑인 에투알인 기욤 디옵의 탄력적인 춤이 돋보인 '들리브 모음곡' 파드되와 '세 개의 그노시엔느' 무대도 국내 발레 애호가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공연이었다.

박세은이 이끄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경이로운 무대는 앞으로 세 차례 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21일에는 전날 공연과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이어 22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23∼24일 9개의 새로운 레퍼토리로 공연을 이어간다.

새 공연에서 박세은은 '빈사의 백조'와 '백조의 호수' 3막 흑조 3인무에 나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