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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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관측에 '트럼프 트레이드'가 주목받고 있지만, 시장 분석이 아닌 후보자 당선 가능성에 기댄 투자는 투기적 움직임에 가깝다는 경고가 나왔다. 트럼프 트레이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연관된 자산에 몰려드는 현상을 말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6년 트럼프 집권 1기를 연상케하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2024년에도 반복되고 있다"면서도 이같은 전략이 장기적인 이익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고 전망했다. 8년 전과 현재의 상황은 매우 다른데다, 과거에도 트럼프 트레이드는 반짝 상승하는 데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트레이드에 참여하는 시장 참여자들은 시장이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8년 전과 같은 투자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기술 대기업에 투자하기보다는 미국 내수 시장에 집중하는 중소형 기업의 주식을 담고, 채권을 매도하고 달러를 매수하는 방식이다. 또한 멕시코 페소를 팔아 트럼프식 반(反) 이민 정책에 대비한다.

지난주 금융시장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깜짝 승리했을 때와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S&P500과 나스닥지수는 지난 19일 종가 기준 한 주 동안 2.36%, 4.11%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중소형주가 모여있는 러셀2000은 1.03% 올랐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판매를 더 엄격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형주들은 일제히 하락했지만, 러셀2000은 트럼프가 미국 내수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힘입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승리 전망에 외환 시장에서는 달러화를 사들이고 멕시코 페소를 매도하는 움직임도 강해졌다.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지난 한 주동안 달러 대비 1.85% 떨어졌다.

하지만 WSJ는 연방부채 및 보호무역 조치에 있어서 미국의 상황이 8년 전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연방 정부의 국가 부채는 34조9500억달러(약 4경8570조원)에 이른다. 2016년에 24조8700억달러(약 3경4560조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8년 전 대비 10조달러(약 1경3900조원)나 불어난 것이다. 연방부채가 늘어나면 미국 당국은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채권 발급을 늘릴 수 있다. 이는 시장에서 경기침체 신호로 해석돼 주식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WSJ는 트럼프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이어 더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추후 주식 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트레이드가 근본적으로 수익을 보장하는 지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다고 WSJ는 설명했다. 2016년 선거 이후 한 달동안은 러셀2000이 S&P500과 기술주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였지만, 트럼프 집권 1기인 4년 동안으로는 부진했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 대선 이후 한 달동안 러셀2000은 15.14% 상승하며 같은 기간 각각 5.98%,1.64% 오른 S&P500와 기술주들을 앞질렀다. 반면 2016년 대선부터 2020년 대선 때까지 러셀2000은 42.4% 올랐으나, 기술주와 S&P500은 같은 기간 각각 165.4%, 71.73%에 이르는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