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파리올림픽이 '노 에어컨' 표방했던 이유
1924년 올림픽 개최 이후 100년 만에 열리는 파리올림픽이 26일 개막된다. 친환경 올림픽을 선언한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온실가스인 탄소(이산화탄소로 CO2를 말함) 배출 감축 목표를 190만t으로 공표했다. 이 목표는 2012년 런던(340만t)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360만t) 올림픽의 탄소 배출의 절반 이상을 감축하는 혁신적 선언이다. 이번 파리올림픽이 탄소 배출 감축의 표준 정립과 지속적인 정책 추진의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인류는 기하급수적인 탄소 배출 증가를 막지 못해 지구온난화 위기를 자초했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엄격한 규제책 마련과 시행을 발표했다. 폭염 우려에 조직위원회가 선수촌에 임시 에어컨 2500대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당초 파리올림픽은 ‘노 에어컨’을 선언했다. 프랑스에 거주 경험이 있는 친환경 건물 시스템의 연구자로서 선수촌이 처음에 이런 선택을 한 배경을 살펴본다.

선수촌이 노 에어컨을 표방한 것은 파리의 여름철 기후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도시 미관을 중시하는 강력한 규제의 이유도 있지만 프랑스 건물은 전통적으로 기후 디자인의 원리를 적용해 설계해왔기 때문에 에어컨 없이도 여름철 실내가 덥지 않다. 파리 지하철 역시 에어컨은 필수 시설이 아니다. 16개 노선 중 5개 노선의 일부 전동차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을 뿐이며 대신 기계식 강제환기 장치를 가동하고 있다.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의 7~8월 날씨는 평균 최고 최저 온도 분포가 26~14도 정도며 상대습도도 한국의 여름보다 크게 낮아 비교적 쾌적하고 온화하다. 또 파리의 70m 깊이 지하수 온도는 11~14도를 유지해 냉방을 위한 냉열원으로 충분하다. 파리의 기후 특성을 고려한 선수촌에 적용된 패시브 디자인의 요소기술은 건물 배치와 높이의 다양화, 직사 일광 차단, 외피 단열, 지하수 이용 바닥 복사 냉방, 맞통풍 그리고 청정에너지로 작동하는 선풍기 등이지만 실내 온도를 외기보다 6도 정도로 낮추는 시설로는 결코 과장은 아니다.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노 에어컨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지하수를 이용한 프리쿨링(precooling)에 의한 냉기 공급과 배기를 할 수 있는 강제환기 시설을 놓친 것이다. 에어컨의 실내 취출 공기 온도가 통상 14~18도 정도임을 감안하면 프리쿨링 강제 급기와 배기 장치만 해도 에어컨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대회를 넘어 전 세계인의 축제며 평화와 화합의 장이다. 세계인이 모인 축제인 만큼 글로벌 시민의식을 발휘한다면 친환경 올림픽 실현은 물론 지구촌 난제 해결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비록 당초 계획대로 시행되진 못했지만,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의 노 에어컨 구상이 여전히 적잖은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 친환경 파리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