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의 대표 주자인 지놈앤컴퍼니가 항체 개발 회사로 탈바꿈했다. 지난달 스위스 제약사 디바이오팜에 항체약물접합체(ADC)용 항체를 기술 수출하면서다. 조만간 추가 기술 이전에 성공해 ADC 항체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게 목표다.
지놈앤컴퍼니 "ADC용 항체, 추가 수출 눈앞"

ADC 항체 회사로 변신

홍유석 지놈앤컴퍼니 총괄대표는 21일 “지난달 ‘GENA-111’ 기술 이전은 시장에서 ADC 플랫폼 성과를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며 “‘GENA-104’ 등을 활용해 후속 실적을 연이어 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지놈앤컴퍼니에 합류한 홍 대표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미국 일라이릴리 등 다국적 제약사를 거친 사업 개발(BD) 전문가다. 홍 대표 합류로 글로벌 제약사 간 기술 전쟁이 펼쳐지는 ADC 분야에서 지놈앤컴퍼니가 전략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2020년 코스닥시장에 화려하게 입성한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회사로 잘 알려졌다. 미국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허가가 잇따르며 관련 시장이 급격히 커졌다. 하지만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공존했다. 장 질환 외에 암 등 다른 질환으로 활용도를 높이는 연구가 아직 초기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서다. 지놈앤컴퍼니는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에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설을 구축했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ADC 항체 개발 기업으로 변신한 것은 예견된 절차였다. 지놈앤컴퍼니는 창업 초기부터 신약 연구 플랫폼 ‘지노클’을 가동했다. 연구개발(R&D) 부서 내 항체 파트 인력 숫자는 마이크로바이옴을 넘어섰다.

후속 기술 이전 예비 주자도 대기 중

ADC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항체, 암을 죽이는 약물(페이로드), 둘을 연결하는 링커로 구성된다. 글로벌 제약사의 초점은 암세포 표면에 있는 새 단백질을 찾는 항체 발굴에 맞춰졌다. 신규 표적 항체가 있어야 이전까지 손을 못 댄 새로운 난치암 치료제 개발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단백질과 결합하는지에 따라 ADC용 항체 몸값이 최소 10배 이상 차이 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 ADC 전문 기업 리가켐바이오는 2021년 ‘Trop2’ 표적 항체를 이탈리아 제약사로부터 약 500억원에 도입했다. Trop2는 미국 길리어드의 ‘트로델비’ 등 시장에 출시된 ADC가 표적으로 사용 중인 단백질이다.

지난달 지놈앤컴퍼니가 기술 수출에 성공한 ADC용 항체 ‘GENA-111’은 586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신규 단백질과 결합하기 때문에 이미 검증된 항체보다 10배 이상 가치가 높아졌다.

지놈앤컴퍼니의 후속 기술 이전 기대주인 ‘GENA-104’도 국내외에 유사 경쟁 약물이 없다. ‘콘택틴4(CNTN4)’라는 신규 단백질과 결합한다. 상용화된 ADC 항체 자리에 ‘GENA-104’를 붙여 실험한 결과 높은 암세포 살상력을 확인했다. ADC용 항체로 활용 가능한지에 대해 검증은 마쳤다. 전임상에서 효능·안전성 데이터를 얻는 대로 기술 수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계획이다.

차미영 지놈앤컴퍼니 연구소장은 “가장 폭넓게 활용되는 면역항암제(키트루다)가 듣지 않는 암세포를 활용한 실험에서도 ‘GENA-104’ 효능을 확인했다”며 “기존 항암제의 효과가 미미한 난치성 암에 강점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