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를 중심으로 바이오 기업들의 ‘PSCI’ 가입 경쟁에 불이 붙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PSCI 가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연내 가입 신청을 할 계획이다. PSCI는 제약·바이오 공급망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2013년 설립된 비영리기관이다. 노보노디스크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사 대부분이 회원사다.

PSCI가 뭐길래…삼성 vs 롯데바이오 "먼저 가입할 것"
2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천 지표인 PSCI 가입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연내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PSCI 가입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왔다”며 “조만간 가입 절차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이달 초 이원직 대표가 “PSCI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히는 등 ESG 요건을 충족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지금까지 PSCI에 가입한 한국 기업은 SK바이오팜이 유일하다”며 “향후 (롯데의) 가입 과정을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인천 송도에 짓고 있는 1공장이 완공되는 2027년 PSCI에 가입하는 게 목표다.

삼성과 롯데의 PSCI 가입 경쟁은 고객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고객사들이 CDMO 업체의 PSCI 가입 여부를 지표로 삼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존슨앤드존슨, 일라이릴리, 화이자, 노보노디스크 등 내로라하는 대형 제약사(빅파마)들은 PSCI 회원이다.

가입을 위해선 원료 조달에서 최종 상품 제조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전체를 ESG 기준에 맞게 관리해야 한다. CMDO 업계에선 ‘콧대 높은’ 글로벌 고객사들의 기준에 맞춰 공급망 말단까지 관리하다 보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PSCI 설립 후 11년 동안 멤버 가입에 성공한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은 80여 곳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CDMO 업체들이 PSCI 가입에 적극적인 건 미국의 대중국 견제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미국 하원은 중국의 바이오산업 장악을 막기 위해 올초 생물보안법을 발의했다. 국내 바이오 업체들로선 빈틈을 공략할 절호의 기회다. 특히 CDMO 기업에 반사이익이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CDMO 업체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해 고객사를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비만 치료제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일라이릴리도 최근 ESG 보고서에서 지속가능성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CDMO 업계 관계자는 “유럽 빅파마들이 ESG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며 “빅파마들은 파트너사에도 공급망 말단에 이르기까지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유일한 한국 가입사인 SK바이오팜은 2년 전 일찌감치 PSCI 멤버가 됐다. CDMO 기업은 아니지만 신약 개발사로서 선제적으로 ESG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PSCI 가입 이후 해당 기관의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공급망 관리 정책을 고도화할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PSCI 가입 자체로 대외적인 평판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