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사의 충실의무란 도대체 무엇인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상법 규정 '회사 이익 우선' 의미
'주주 이익' 삽입, 법체계 무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주주 이익' 삽입, 법체계 무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상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란 ‘최선을 다해 회사에 충성할 의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이사와 회사 간의 이해가 충돌할 때’ 회사의 이익을 우선해야 할 의무가 충실의무다.
회사와 이사의 관계는 근로관계가 아니라 위임관계다(상법 제382조 제2항). 위임인은 회사고, 수임인은 이사다. 수임인의 의무는 민법전에 적혀 있다. 바로 ‘선관주의의무’, 즉 위임의 근본 취지(本旨)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할 의무다(민법 제681조).
한국 상법은 일본 회사법을 따라 제382조의 3(이사의 충실의무)을 1998년 신설했다. 학설은 충실의무는 선관주의의무를 부연하거나 한층 명확하게 하는 것일 뿐 양자는 동일하다고 보는 견해와 선관주의의무와는 다르다는 견해로 나뉜다.
다르다는 견해는 충실의무를 △경업(競業)금지(상법 제397조) △이사의 자기거래(상법 제398조) △이사의 보수 결정(상법 제388조) 등의 경우에 부담하는 의무로서, 이사가 그 지위를 이용해 회사의 이익을 희생하면서 사익을 도모하지 않아야 할 의무라고 해석한다. 동일하다는 견해는 이사가 선관주의의무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면 회사의 이익 우선은 당연한 것이고, 그가 사익을 우선하면 그 자체가 선관주의의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기에 양자의 구별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일본 학계의 다수설과 판례가 후자를 따른다.
그런데 2011년 상법 개정 때 위에서 말한 세 가지 외에 △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금지 규정이 신설됐고(상법 제397조의 2) △이사의 자기거래도 ‘이사 등과 회사 간의 거래’(상법 제398조)로 강화하면서 충실의무의 내용이 훨씬 구체화돼 서로 다르다는 견해가 힘을 얻었다. 그러나 어느 견해를 갖더라도 이 충실의무 규정은 어디까지나 ‘이사와 회사 간의 이해가 충돌할 국면’에 적용되는 규정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이사의 충실의무란 막연히 ‘회사에 충성할 의무’가 아니라는 말이다.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의 해석도 똑같다.
한국 판례는 통상 ‘이사의 직무상 충실 및 선관주의의무’라고 붙여 씀으로써 양자를 동일시해 왔다. 다만, 대표이사가 자기 소유 토지를 회사의 비용을 들여 조성한 뒤 대지 현황을 기준으로 회사에 매도한 행위는 ‘대표이사의 충실의무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7두14978 판결). ‘회사의 이익을 해치고 이사의 사익을 도모한 것’으로서 이사의 이해충돌 거래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이 충실의무 규정을 고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해 이사가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한다. 그래야 기업 지배주주의 탐욕으로부터 소수주주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에는 의원 8명 공동 주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법안이 다루는 내용은 ‘이사와 회사 간’ 또는 이사와 지배주주나 소수주주 간 이익충돌 문제가 아니라,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 이익충돌 문제다. 그렇다면 미국 판례에서 가끔 인정되는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 이익충돌 문제와 씨름해야지, 이사의 충실의무 규정인 상법 제382조의 3을 고치자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 충돌 문제를 왜 이해충돌의 당사자도 아닌 애먼 이사에게 뒤집어씌우나?
상법학자 대부분은 소수주주 보호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비례적 이익이라는 개념조차 모호하고 법체계를 파괴하는 이 법안을 지지하지 않는다.
회사와 이사의 관계는 근로관계가 아니라 위임관계다(상법 제382조 제2항). 위임인은 회사고, 수임인은 이사다. 수임인의 의무는 민법전에 적혀 있다. 바로 ‘선관주의의무’, 즉 위임의 근본 취지(本旨)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할 의무다(민법 제681조).
한국 상법은 일본 회사법을 따라 제382조의 3(이사의 충실의무)을 1998년 신설했다. 학설은 충실의무는 선관주의의무를 부연하거나 한층 명확하게 하는 것일 뿐 양자는 동일하다고 보는 견해와 선관주의의무와는 다르다는 견해로 나뉜다.
다르다는 견해는 충실의무를 △경업(競業)금지(상법 제397조) △이사의 자기거래(상법 제398조) △이사의 보수 결정(상법 제388조) 등의 경우에 부담하는 의무로서, 이사가 그 지위를 이용해 회사의 이익을 희생하면서 사익을 도모하지 않아야 할 의무라고 해석한다. 동일하다는 견해는 이사가 선관주의의무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면 회사의 이익 우선은 당연한 것이고, 그가 사익을 우선하면 그 자체가 선관주의의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기에 양자의 구별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일본 학계의 다수설과 판례가 후자를 따른다.
그런데 2011년 상법 개정 때 위에서 말한 세 가지 외에 △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금지 규정이 신설됐고(상법 제397조의 2) △이사의 자기거래도 ‘이사 등과 회사 간의 거래’(상법 제398조)로 강화하면서 충실의무의 내용이 훨씬 구체화돼 서로 다르다는 견해가 힘을 얻었다. 그러나 어느 견해를 갖더라도 이 충실의무 규정은 어디까지나 ‘이사와 회사 간의 이해가 충돌할 국면’에 적용되는 규정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이사의 충실의무란 막연히 ‘회사에 충성할 의무’가 아니라는 말이다.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의 해석도 똑같다.
한국 판례는 통상 ‘이사의 직무상 충실 및 선관주의의무’라고 붙여 씀으로써 양자를 동일시해 왔다. 다만, 대표이사가 자기 소유 토지를 회사의 비용을 들여 조성한 뒤 대지 현황을 기준으로 회사에 매도한 행위는 ‘대표이사의 충실의무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7두14978 판결). ‘회사의 이익을 해치고 이사의 사익을 도모한 것’으로서 이사의 이해충돌 거래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이 충실의무 규정을 고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해 이사가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한다. 그래야 기업 지배주주의 탐욕으로부터 소수주주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에는 의원 8명 공동 주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법안이 다루는 내용은 ‘이사와 회사 간’ 또는 이사와 지배주주나 소수주주 간 이익충돌 문제가 아니라,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 이익충돌 문제다. 그렇다면 미국 판례에서 가끔 인정되는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 이익충돌 문제와 씨름해야지, 이사의 충실의무 규정인 상법 제382조의 3을 고치자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 충돌 문제를 왜 이해충돌의 당사자도 아닌 애먼 이사에게 뒤집어씌우나?
상법학자 대부분은 소수주주 보호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비례적 이익이라는 개념조차 모호하고 법체계를 파괴하는 이 법안을 지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