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를 포함한 대학 졸업 이상 학력의 비경제활동인구가 올해 상반기 월평균 405만8000명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도 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않는, 즉 취업자도 아니면서 통계상 실업자도 아닌 ‘고급인력’이 전체 비경제활동인구의 25%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406만 명이라는 숫자는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사정이 더 나빠진 것으로 우리 고용시장의 취약한 단면을 극명히 보여준다.

청년실업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지만, 이 통계를 보면 무엇보다 고학력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중소기업들 구인난과 농어촌 지역 일손 부족 현상 등과 연계해 보면 일자리 미스매치도 해묵은 숙제임이 분명하다. 아울러 다락같이 치솟는 최저임금, 갈수록 더 벌어지는 정규직·비정규직 및 대·중소기업 간 격차,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과 지방 근무 기피 등 고용·노동시장의 여러 모순과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뒤엉킨 결과일 것이다.

노동개혁이 왜 필요한지, 이 통계로 또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보다 유연한 고용 형태, 생산성에 기반한 합리적 임금체계, 노사 합의에 따른 자율적·생산적 근로시간 운용을 동반하는 고용시장 혁신 없이는 지금보다 노동의 질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철옹성 노조를 기반으로 하는 탄탄한 정규직이나 누리는 일률적인 법정 정년제도도 문제다. 호봉제를 탈피하고 피크임금 제도를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야 청년세대를 더 많이 수용하는 세대 공존의 고용시장이 형성된다.

교육개혁 역시 중요성이 조금도 덜하지 않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전방위로 퍼지면서 관련 산업이 급팽창하는 변혁기에 우리 교육 현실은 어떠한가. 교육당국부터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고학력 청년 백수가 이만큼 불어난 데는 제대로 된 고등교육을 이행하지 못한 대학도 큰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가 3대 과제라고 외친 교육개혁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쯤 와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를 기형적으로 늘려놓은 채로는 출생률 높이기도 모두 의미 없는 구호가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