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가총액 1위 간판 기업인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지금의 일본은 힘내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일본을 사랑하는 내가 탈출을 고려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치(官治)가 그 어느 나라보다 강한 일본에서 대기업 회장이 정부를 작심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품질 인증 관련 도요타 부정행위 문제로 여러 차례 사과했음에도 정부가 압박 강도를 더해가자 나온 발언이지만 내용은 곱씹어볼 만하다. 그는 “침묵하는 대부분 국민은 일본 자동차가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는 것에 매우 감사하고 있을 것”이라며 “업계에 있는 사람들도 (이런 감사를) 느낄 수 있도록, 응원을 꼭 받고 싶다”고 했다.

이런 심정은 한국 기업인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경영 현장 곳곳에 깔린 규제의 덫과 반기업 정서, 기업 활동을 발목 잡는 정치권, 사법부의 편향적 시각 등을 고려하면 그렇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기업 규제 3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각종 규제 사슬로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며 세계적인 인하 추세에 역주행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했지만, 거대 야당의 반기업법 폭주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노사관계 파탄을 넘어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불법파업 조장법’(일명 노란봉투법)을 비롯해 가맹점주단체에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안전운임제를 상시 도입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등 손에 꼽기조차 어렵다. 정부마저 기업 밸류업을 명분으로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경영진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상법 개정안을 들고나왔다.

반기업 정서에 기반한 규제는 기업의 고용 축소와 해외 엑소더스(대탈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인협회·중견기업연합회·벤처기업협회가 공동으로 벌인 ‘기업규제 강화에 대한 기업인 인식 조사’에서 응답 기업 중 37.3%가 ‘국내 고용 축소’, 27.2%는 ‘국내 투자 축소’를 검토 중이며 21.8%는 ‘국내 사업장의 해외 이전’을 고려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도 도요타 회장의 경고를 허투루 넘겨선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