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먹통 사태로 세계 곳곳에서 3만 편 가까운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거나 지연됐다고 한다. 국내 항공사들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이 꺼지고 테슬라 생산라인이 멈췄으며 런던증권거래소의 지수 서비스가 지연되기도 했다.

주목할 것은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기기가 윈도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기기의 1%도 안 되는 850만 대 정도라는 점이다. 이 정도 비율만으로도 전 세계 기간망이 마비되는 정보기술(IT) 대란이 벌어진 것이다. 피해 기기의 비율이 더 높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아마존웹서비스(AWS), MS, 구글 등 몇몇 빅테크 기업이 관련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어느 한 곳에서 발생한 사소한 장애가 언제든 제2, 제3의 IT 대란으로 커질 수 있다.

이번 IT 대란이 그동안 빅테크 기업들이 대비해온 방향과는 다른 곳에서 시작된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보통 화재나 재난에 대비해 제2, 제3의 데이터센터를 둔다. 어느 하나의 데이터센터에서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다른 데이터센터에서 백업 서비스를 한다. 나름 대비한 것인데, 이번 사고는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과정에서 발생했다. 시스템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언제든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점을 악용해 누군가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을 시도한다면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번 사태가 남긴 숙제다.

단순히 빅테크 기업의 클라우드를 안 쓴다고 이런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MS 클라우드 등 미국 빅테크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IT 대란을 비켜 갔지만 이들 국가의 클라우드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금은 인터넷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세상이다. 인터넷망이 마비되고 IT 대란이 벌어지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피해가 생긴다. IT 대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여러 각도에서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