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플랫폼기업인 카카오와 토종 벤처 맏형격인 한글과컴퓨터, 게임사 위메이드의 수장이 일제히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건강한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조성을 위해 자성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대형 플랫폼의 투자 감소로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2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한정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한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전담판사로 재직하던 2017년 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작년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유지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영장 청구 이튿날인 18일 사내 회의에서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이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며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그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이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고발된 건으로도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한컴 최대주주 한컴위드가 투자한 암호화폐 아로와나토큰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지금은 상장폐지된 아로와나토큰은 2021년 4월 20일 상장한 지 30분 만에 최초 거래가인 50원에서 1000배가 넘는 5만3800원까지 치솟아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졌다. 법원은 18일 검찰의 김 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사건 공범인 김 회장의 아들이자 한컴위드 사내이사 김모씨와 암호화폐 운용사 아로와나테크 대표 정모씨는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게임업체 위메이드는 암호화폐 위믹스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위메이드가 과거 위믹스 발행 과정에서 유통량을 속여 피해를 봤다며 작년 5월 당시 위메이드 대표이던 장현국 부회장을 사기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은 작년 5~6월 위메이드와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수사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만큼 장 부회장 등의 소환이 임박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 학장은 “수십 년간 제조업체에 수사가 집중되는 사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인식된 정보기술(IT)업체들은 제대로 감시를 받지 않았다”며 “대기업이 된 후로도 벤처 시절의 방만 운영을 지속한 만큼 이번 기회에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플랫폼산업 발전이 중요한 시기”라며 “정부는 IT업체들의 사기와 의지가 저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