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영탁(본명 박영탁)이 ‘영탁막걸리’ 상표권 분쟁에서 최종 승소했다. 1심부터 영탁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세종이 걸그룹 소녀시대 상표권 판례 등 과거 사례를 제시하고, 특허청과 법원 연계 전략을 짜는 등 치밀한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11일 영탁이 막걸리 제조사 예천양조를 상대로 낸 상품표지사용금지 등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는 영탁이라는 표지가 표시된 막걸리 제품을 생산·양도·광고 등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2021년 9월 시작된 법정 공방에 마침표를 찍었다.

예천양조는 2020년 1월 영탁막걸리 상표를 출원하고 같은 해 4월 영탁 측과 1년간 모델 계약을 맺었다. 이후 예천양조는 2020년 5월 영탁막걸리를 출시했다. 하지만 2021년 6월 영탁과의 광고모델 재계약 협상이 결렬되자 예천양조 측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고, 영탁 측은 “계약이 종료됐는데도 예천양조 측이 영탁이라는 상표를 사용한다”며 그해 9월 소송을 제기했다.

예천양조 측은 대표자의 이름에서 따온 ‘영’자와 탁주의 ‘탁’자를 조합해 만든 ‘영탁’이라는 표지를 사용할 권리가 자사에 있다고 주장했으나 세종은 가수 영탁의 이름이 이미 알려진 ‘주지성’이 있다며 반박했다. 미스터트롯 방영 당시 영탁의 유튜브 노출 빈도, 검색엔진의 키워드 검색 결과 등을 제시해 단기간에도 주지성 획득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아울러 세종은 2015년 소녀시대 명칭을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소녀시대만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 등 유사 사례를 총망라한 500쪽 분량의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여기에 박교선 대표변호사(20기), 송봉주 파트너변호사(36기), 송종훈 변호사(47기) 등 대리인단은 30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더해 공세를 펼쳤다.

세종은 특허청과 법원에 오가며 ‘투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특허청 진행 상황을 법정 변론에 활용하고, 법원의 판결을 다시 특허청에 제출해 상표 등록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영탁’ 표지 상표 등록까지 이끌었다.

송 변호사는 “가수 이름의 영업 표지 인정 요건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민·형사 소송에서 모두 성과를 내 아티스트가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한 보람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