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은 한국 존망의 문제…다자녀 가정 학생에 입학 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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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해소 전도사로 나선 이광형 KAIST 총장
올해 '다자녀 전형' 통해 21명 첫 입학
기회균등 전형 6→10%로 늘릴 것
스타벤처·창업자 기근 원인은
스톡옵션 등 인센티브 줄어든 탓
10~20년후 뜰 기술 찾아야 대박
'디지털 인문학'에 답 있을 것
저출생 해소 전도사로 나선 이광형 KAIST 총장
올해 '다자녀 전형' 통해 21명 첫 입학
기회균등 전형 6→10%로 늘릴 것
스타벤처·창업자 기근 원인은
스톡옵션 등 인센티브 줄어든 탓
10~20년후 뜰 기술 찾아야 대박
'디지털 인문학'에 답 있을 것
“저출생은 과도한 경쟁이 종족 보존의 본능을 마비시키는 단계에 이른 결과입니다. KAIST가 한국 사회의 과도한 경쟁을 해소하는 데 작게나마 역할을 하겠습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국가보훈 가족, 농어촌, 저소득층뿐 아니라 자녀가 셋 이상인 다자녀 가정의 학생까지 별도로 뽑는 ‘고른기회전형’ 비중을 현재 전교생의 6%대에서 10%까지 확대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계인구의 날이기도 한 이날 KAIST와 저출산위는 ‘저출생·고령화 공동대응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이번 MOU를 계기로 인공지능(AI), 로봇기술, 바이오기술 등 고령자의 삶을 향상할 수 있는 첨단 기술·산업 육성에 힘을 모으고 현재 KAIST가 시행하는 3자녀 이상 가정 대상 대입 전형을 확산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 최초의 미래학자’로도 평가받는 이 총장은 “성적 외에도 다양한 가치관이 있다는 걸 학교가 심어줘 과도한 경쟁의 대표적인 폐해인 사교육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과학기술 전문기관인 KAIST가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출생 문제는 한국이 살아남느냐 없어지느냐를 가르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KAIST가 올해 처음 자녀가 셋 이상인 가정이 고른기회전형을 치를 수 있도록 시도한 것도 계기가 됐습니다.”
▷어떤 전형인가요.
“작년까진 농어촌, 한부모가족, 저소득층만 가능했는데 올해부터는 다문화가정과 다자녀가정에도 전형 자격이 부여됐습니다. 셋째가 태어나면 위의 두 형제·자매는 동생 덕에 KAIST에 들어올 수 있는 겁니다. 올해 다자녀가정 학생 21명이 입학했습니다.”
▷그럼 저소득층 학생 등의 입학은 줄어드는 건가요.
“아닙니다. KAIST 고른기회전형 비율은 2022학년도 5.18%에서 2024학년도 6.32%로 늘었습니다. 대부분 대학이 입학 정원의 5%를 고른기회전형에 배정합니다. KAIST는 매년 1%씩 높여 고른기회전형을 전교생의 10%까지 늘리려 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국은 과도한 경쟁이 종족 보존이란 인간의 본능을 마비시키는 단계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행복감을 공유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경쟁이 너무 심하다 보니 고통만 얘기합니다. 극심한 저출생이 나타난 원인이기도 합니다.”
▷성적으로 들어온 일반전형 학생과의 학력 격차가 있을 것 같은데요.
“1학년 성적은 떨어지지만 졸업 성적은 비슷합니다. 이게 바로 교육의 성공이죠. 이보다 가슴 뛰는 일이 어디 있겠어요. 어려운 환경에서 강한 정신력으로 커 온 아이들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더 높다고 봅니다.”
▷특혜나 불평등 시비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불평등, 특혜’라고 따지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다른 대학에도 전파할 일이에요.”
▷우리가 참고할 사례가 있을까요.
“KAIST를 방문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학장이 ‘저소득층이나 중산층 학생을 뽑아서 최상위권의 수입을 올리는 인재로 키우는 게 MIT의 힘’이라고 하더군요. 대학은 경쟁을 통해 힘을 유지하면서 저소득층과 중산층 학생들이 고소득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합니다. 대학은 다양한 학생을 많이 뽑아야 합니다.”
▷KAIST가 과학기술로도 고령화 시대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걷지 못하는 사람이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웨어러블 로봇 분야에서는 KAIST가 개발한 회사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까지 받았습니다. 의료보험도 됩니다.”
▷하지만 웨어러블 로봇을 비롯한 간병 로봇 시장은 아직 일본에 비해 걸음마 단계입니다.
“기초적인 기술은 KAIST도 다 보유하고 있습니다. 상용화가 안 된 건 수요와 시장을 만드는 컨트롤타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출산위가 컨트롤타워 부처가 됐으니 KAIST 같은 대학에 ‘이런 기능을 갖춘 웨어러블 로봇을 2년 내 개발해주세요’라고 프로젝트를 주문하면 곧 상용화가 됩니다.”
▷세계적으로 외국인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외국인 인재를 받아들일 시스템이 필요한데요.
“우수한 학생들이 미국으로 유학가는 이유는 현지에서 취직하고, 국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아직 그런 시스템이 제대로 안 갖춰져 있습니다. KAIST 학생의 10%(1000여 명)가 외국인 유학생입니다. 이 친구들은 졸업하고도 한국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을까요.
“지난해부터 KAIST를 졸업한 외국인 학생에게 거주 비자를 주고, 취업을 돕는 제도가 열렸습니다. 중국이 전 세계 인재를 빨아들이는 ‘천인계획’을 했잖아요. 한국 대학들이 우수한 외국인 석·박사 인력에게 매년 1000명씩만 국적이나 영주권을 주면 ‘한국판 천인계획’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선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에 몰리는데요.
“보상 시스템이 그렇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의대 정원을 묶어 놓다 보니 공급 부족으로 연봉이 오를 수밖에요. 정부가 공급을 늘렸으니 연봉은 곧 떨어질 겁니다. 하지만 정부가 간과하는 게 있습니다. 의대의 보상 시스템이 강해지는 동안 이공계의 보상은 약해졌다는 점입니다.”
▷이공계 보상 시스템이 약해졌습니까.
“2005~2010년 스톡옵션을 무력화하는 벤처기업 관련 세제 개편으로 이공계 학생들이 창업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여건이 굉장히 안 좋아졌습니다. 죽어라 연구한 끝에 받은 보상의 절반(45%)을 세금으로 내니 벤처를 하려는 학생이 줄 수밖에요. 요즘 스타 벤처기업, 창업자가 뜸한 것도 인센티브가 줄어든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문과 외면도 심각합니다.
“인류의 문명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큰길의 방향은 인간에 대한 연구, 인문학적에서 정해집니다. 최전선에서 기술을 개발하는 KAIST 역시 방향성은 인문학적인 연구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10~20년 뒤 인간이 원하는 기술을 찾아야 대박이 납니다. 그 답이 인문학에 있습니다. 20년 뒤라도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요.”
▷해소할 방법이 있을까요.
“기존 인문학은 부가가치가 적어서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데이터가 디지털 형태입니다. KAIST는 디지털 인문학과라는 새로운 학과를 개설했습니다. 철학·역사학 전공자에게 AI와 빅데이터를 가르쳐 AI 전문 철학자와 역사학자가 되는 겁니다. 이런 학생들이 졸업하면 날개 돋친 듯 기업에 팔릴 겁니다.” "AI 경쟁 뒤지면 끝장 정부, 兆단위 지원을"
인공지능(AI)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광형 KAIST 총장은 “AI 경쟁에서 뒤처지는 국가는 모든 것을 잃는다”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AI의 중요성은 30년 전 우리나라가 자동차, 조선, 제철산업을 키울지 말지 결정한 것과 같다”며 “정부가 방향이 맞는 회사 한두 곳을 골라 과거 중공업을 지원했듯 와장창 조(兆) 단위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미국과 중국이 AI 시장을 양분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따라가기 늦었다는 비관론에 대해서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처럼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도 붙을 수 없는 나라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와 처지가 비슷한 이 나라들과 ‘AI 천하 삼분지계’를 짜면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플랫폼을 좇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창의력은 AI와 공존하기 위한 인간만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AI 시대에 인간이 존엄성을 유지하려면 AI보다 잘하는 게 있어야 한다”며 “그 길은 창의력을 계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KAIST는 개교기념일을 맞아 학생들에게 ‘질문상’을 준다. 그는 “창의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과학 부문에서도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노벨상은 세상에 없는 걸 해야 받을 수 있는데 산업을 키우기 급했던 우리는 외국 것을 재빨리 한국화하는 게 미덕이었다”며 “최근 20년 사이 우리도 ‘세상에 없는 걸 하자’는 분위기로 바뀌었으니 (노벨상 수상자가)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약력
△1954년 전북 정읍시 출생
△1978년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1980년 KAIST 산업공학 석사
△1985년 프랑스국립응용과학원(INSA) 전산학 박사
△1985년 KAIST 전산학과·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2014~2017년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준비위원장
△2021년 2월~ 제17대 KAIST 총장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이광형 KAIST 총장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국가보훈 가족, 농어촌, 저소득층뿐 아니라 자녀가 셋 이상인 다자녀 가정의 학생까지 별도로 뽑는 ‘고른기회전형’ 비중을 현재 전교생의 6%대에서 10%까지 확대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계인구의 날이기도 한 이날 KAIST와 저출산위는 ‘저출생·고령화 공동대응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이번 MOU를 계기로 인공지능(AI), 로봇기술, 바이오기술 등 고령자의 삶을 향상할 수 있는 첨단 기술·산업 육성에 힘을 모으고 현재 KAIST가 시행하는 3자녀 이상 가정 대상 대입 전형을 확산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 최초의 미래학자’로도 평가받는 이 총장은 “성적 외에도 다양한 가치관이 있다는 걸 학교가 심어줘 과도한 경쟁의 대표적인 폐해인 사교육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과학기술 전문기관인 KAIST가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출생 문제는 한국이 살아남느냐 없어지느냐를 가르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KAIST가 올해 처음 자녀가 셋 이상인 가정이 고른기회전형을 치를 수 있도록 시도한 것도 계기가 됐습니다.”
▷어떤 전형인가요.
“작년까진 농어촌, 한부모가족, 저소득층만 가능했는데 올해부터는 다문화가정과 다자녀가정에도 전형 자격이 부여됐습니다. 셋째가 태어나면 위의 두 형제·자매는 동생 덕에 KAIST에 들어올 수 있는 겁니다. 올해 다자녀가정 학생 21명이 입학했습니다.”
▷그럼 저소득층 학생 등의 입학은 줄어드는 건가요.
“아닙니다. KAIST 고른기회전형 비율은 2022학년도 5.18%에서 2024학년도 6.32%로 늘었습니다. 대부분 대학이 입학 정원의 5%를 고른기회전형에 배정합니다. KAIST는 매년 1%씩 높여 고른기회전형을 전교생의 10%까지 늘리려 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국은 과도한 경쟁이 종족 보존이란 인간의 본능을 마비시키는 단계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행복감을 공유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경쟁이 너무 심하다 보니 고통만 얘기합니다. 극심한 저출생이 나타난 원인이기도 합니다.”
▷성적으로 들어온 일반전형 학생과의 학력 격차가 있을 것 같은데요.
“1학년 성적은 떨어지지만 졸업 성적은 비슷합니다. 이게 바로 교육의 성공이죠. 이보다 가슴 뛰는 일이 어디 있겠어요. 어려운 환경에서 강한 정신력으로 커 온 아이들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더 높다고 봅니다.”
▷특혜나 불평등 시비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불평등, 특혜’라고 따지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다른 대학에도 전파할 일이에요.”
▷우리가 참고할 사례가 있을까요.
“KAIST를 방문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학장이 ‘저소득층이나 중산층 학생을 뽑아서 최상위권의 수입을 올리는 인재로 키우는 게 MIT의 힘’이라고 하더군요. 대학은 경쟁을 통해 힘을 유지하면서 저소득층과 중산층 학생들이 고소득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합니다. 대학은 다양한 학생을 많이 뽑아야 합니다.”
▷KAIST가 과학기술로도 고령화 시대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걷지 못하는 사람이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웨어러블 로봇 분야에서는 KAIST가 개발한 회사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까지 받았습니다. 의료보험도 됩니다.”
▷하지만 웨어러블 로봇을 비롯한 간병 로봇 시장은 아직 일본에 비해 걸음마 단계입니다.
“기초적인 기술은 KAIST도 다 보유하고 있습니다. 상용화가 안 된 건 수요와 시장을 만드는 컨트롤타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출산위가 컨트롤타워 부처가 됐으니 KAIST 같은 대학에 ‘이런 기능을 갖춘 웨어러블 로봇을 2년 내 개발해주세요’라고 프로젝트를 주문하면 곧 상용화가 됩니다.”
▷세계적으로 외국인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외국인 인재를 받아들일 시스템이 필요한데요.
“우수한 학생들이 미국으로 유학가는 이유는 현지에서 취직하고, 국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아직 그런 시스템이 제대로 안 갖춰져 있습니다. KAIST 학생의 10%(1000여 명)가 외국인 유학생입니다. 이 친구들은 졸업하고도 한국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을까요.
“지난해부터 KAIST를 졸업한 외국인 학생에게 거주 비자를 주고, 취업을 돕는 제도가 열렸습니다. 중국이 전 세계 인재를 빨아들이는 ‘천인계획’을 했잖아요. 한국 대학들이 우수한 외국인 석·박사 인력에게 매년 1000명씩만 국적이나 영주권을 주면 ‘한국판 천인계획’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선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에 몰리는데요.
“보상 시스템이 그렇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의대 정원을 묶어 놓다 보니 공급 부족으로 연봉이 오를 수밖에요. 정부가 공급을 늘렸으니 연봉은 곧 떨어질 겁니다. 하지만 정부가 간과하는 게 있습니다. 의대의 보상 시스템이 강해지는 동안 이공계의 보상은 약해졌다는 점입니다.”
▷이공계 보상 시스템이 약해졌습니까.
“2005~2010년 스톡옵션을 무력화하는 벤처기업 관련 세제 개편으로 이공계 학생들이 창업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여건이 굉장히 안 좋아졌습니다. 죽어라 연구한 끝에 받은 보상의 절반(45%)을 세금으로 내니 벤처를 하려는 학생이 줄 수밖에요. 요즘 스타 벤처기업, 창업자가 뜸한 것도 인센티브가 줄어든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문과 외면도 심각합니다.
“인류의 문명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큰길의 방향은 인간에 대한 연구, 인문학적에서 정해집니다. 최전선에서 기술을 개발하는 KAIST 역시 방향성은 인문학적인 연구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10~20년 뒤 인간이 원하는 기술을 찾아야 대박이 납니다. 그 답이 인문학에 있습니다. 20년 뒤라도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요.”
▷해소할 방법이 있을까요.
“기존 인문학은 부가가치가 적어서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데이터가 디지털 형태입니다. KAIST는 디지털 인문학과라는 새로운 학과를 개설했습니다. 철학·역사학 전공자에게 AI와 빅데이터를 가르쳐 AI 전문 철학자와 역사학자가 되는 겁니다. 이런 학생들이 졸업하면 날개 돋친 듯 기업에 팔릴 겁니다.”
"AI 경쟁 뒤지면 끝장 정부, 兆단위 지원을"
파격 투자 강조한 이광형 총장
인공지능(AI)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광형 KAIST 총장은 “AI 경쟁에서 뒤처지는 국가는 모든 것을 잃는다”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이 총장은 “AI의 중요성은 30년 전 우리나라가 자동차, 조선, 제철산업을 키울지 말지 결정한 것과 같다”며 “정부가 방향이 맞는 회사 한두 곳을 골라 과거 중공업을 지원했듯 와장창 조(兆) 단위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미국과 중국이 AI 시장을 양분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따라가기 늦었다는 비관론에 대해서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처럼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도 붙을 수 없는 나라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와 처지가 비슷한 이 나라들과 ‘AI 천하 삼분지계’를 짜면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플랫폼을 좇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창의력은 AI와 공존하기 위한 인간만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AI 시대에 인간이 존엄성을 유지하려면 AI보다 잘하는 게 있어야 한다”며 “그 길은 창의력을 계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KAIST는 개교기념일을 맞아 학생들에게 ‘질문상’을 준다. 그는 “창의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과학 부문에서도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노벨상은 세상에 없는 걸 해야 받을 수 있는데 산업을 키우기 급했던 우리는 외국 것을 재빨리 한국화하는 게 미덕이었다”며 “최근 20년 사이 우리도 ‘세상에 없는 걸 하자’는 분위기로 바뀌었으니 (노벨상 수상자가)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약력
△1954년 전북 정읍시 출생
△1978년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1980년 KAIST 산업공학 석사
△1985년 프랑스국립응용과학원(INSA) 전산학 박사
△1985년 KAIST 전산학과·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2014~2017년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준비위원장
△2021년 2월~ 제17대 KAIST 총장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