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계약 만료 하루 전에 통지해도 효력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 임차인이 갱신 거절을 통지하는 경우에 대해선 ‘묵시적 갱신 조항’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상가 세입자이던 A씨는 2018년 12월 30일부터 2년간 인천 남동구의 한 상가를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80만원에 빌리기로 계약했다. A씨는 계약 만료 하루 전인 2020년 12월 29일 임대인에게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임차권등기를 한 뒤 가게를 뺐다. 하지만 B씨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자 2021년 2월 보증금 3000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상가 임대차 계약에서도 묵시적 갱신이 인정되는지였다. 1심과 2심은 임대차 만료 1개월 전부터 계약 만료일 사이 세입자가 계약 갱신 거절을 통지해도 묵시적 갱신이 인정된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보증금 3000만원 중 3개월치 임차료와 관리비 등을 제외하고 2200여만원만 돌려받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2020년 7월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세입자는 한 차례 계약이 자동 연장된 뒤엔 언제든 계약 종료를 통보할 수 있지만 효력은 통보 3개월 뒤부터 발생한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의 갱신 거절을 통지할 수 있는 시기에 제한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민법은 임대차 기간이 만료된 후 임대인이 상당한 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묵시의 갱신을 인정할 뿐이고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 만료 전에 갱신 거절을 통지하는 경우에는 묵시적 갱신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